저지먼트 - 복수를 집행하는 심판자들, 제33회 소설추리 신인상 수상작
고바야시 유카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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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xx년, 일본에서 획기적인 법안이 제정된다. 바로 "동해복수법"이란 것으로, 기존의 형벌 대신 피해자의 가족 또는 주변인물이 직접 가해자인 피의자에게 합법적으로 동일한 해를 가할 수 있다는 법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란 이치로,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에게 똑같이 살인으로 되갚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300쪽이 채안되는 분량속에 동해복수법을 선택해 스스로 가해자를 단죄하려는 다섯 가족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동행한 여성 복수감찰관의 차분한 시선으로 그려진다. 

나름 신선하고 기발한 소재인데 문제는 이 재미난 소재를 어떤 방향으로 풀어가는지가 관건이다. 그런 면에서 동해복수법을 이용해 피해자의 가족이 가해자에게 처절한 복수와 응징을 하는, 피가 튀며 오감을 자극하는 화끈한 스릴러적 재미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동해복수법 선택 순간부터 그리고 피의자와 직접 대면하면서 스스로 형을 집행하는 과정까지 복수집행자가 겪는 갈등과 고통 그리고 후회와 절규등 인간적인 고뇌의 순간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휴먼 드라마이다. 

'제33회 소설추리 신인상'을 받은 단편『사이렌』과 일본추리작가협회 단편 후보에 오른『저지먼트』등 다섯 개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개인적으로 묻지마 살인사건의 희생자 가족 세 사람이 복수법의 선택 여부를 두고 갈등하는 세 번째 단편『앵커』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반면에, 친할머니를 살해한 딸아이를 단죄하려는 엄마『보더』, 여동생을 굶겨죽인 엄마를 똑같이 아사시키려는 아들『저지먼트』등 내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극단적인 설정들도 있어 읽는내내 불편하고 공감하기 쉽지않은 단편들도 있다. 

 

어찌됐건 다섯 개의 단편들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마침 책을 읽는 동안 인천에서 16세 어린 소녀가 같은 아파트에 사는 8세 초등생 여야를 납치, 살해하고 시체 훼손과 유기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 가족에게는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청천벽력같은 일일 것이다. 정신질환을 앓고있다는 미성년 피의자의 형은 어떻게 될까. 만약 동해복수법이 있다면 피해자의 부모는 어떤 선택을 할까. 아니, 만약 나라면...또한, 그런다고 복수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과연 참된 정의일까. 그런 의미에서 책을 통해 정작 작가가 하고자 싶은 말은 용서와 화해가 아닐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 살 수 없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올바른 삶,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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