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심야마장 - 레드다이아몬드 살인사건
이건해 지음 / 북홀릭(bookholic) / 2017년 1월
평점 :
전직 도박사와 그의 조수가 콤비로 활약하는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플로리다 남부의 실패한 도시 '로스 푸에로스'에서 소규모 마작장을 운영하는 은퇴한 도박사 릭 서던필드는 친구 제이크의 부인이자 첫사랑인 실비아로부터 제이크의 죽음을 전달받는다. 건네지는 핏빛의 레드 다이아몬드와 함께. 릭은 아르바이트생인 루크 이스트우드를 조수삼아 레드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지역 마피아 '블루로즈'가 개입된 제이크의 죽음을 파헤친다.
신인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글솜씨가 매끄럽고 노련하다. 사건이 발생하고 수사에 착수해서 결말에 도달하는 과정까지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물 흐르듯이 이어진다. 개연성도 좋고 전체적인 발란스도 좋다. 미국이라는 등장인물과 배경에 맞는 이국적인 분위기도 잘 살아있고, 불법과 폭력이 판을 치는 퇴폐적인 도시의 어두운 밤문화가 조직과 보스, 도박장, 콜걸, 히트맨등을 내세워 그럴싸하게 포장된다.
무엇보다 인상깊은 것은 주인공 릭을 포함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이다. 장년의 미남이자 탐정역의 주인공 릭은 특유의 냉소적이고 절제된 대사로 스타일리쉬한 매력을 뽐낸다. "필립 말로풍의 씁쓸한 하드보일드"를 추구하는 작가의 작풍이 릭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 잘 표현되는 느낌. 거기에 금발의 늘씬하고 매력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실비아, 릴리, 나디아같은 여성 캐릭터들이 작품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전반적인 작품의 줄거리, 전개 방향이다. 딱히 지루한 부분없이 무난하게 읽히지만 (마작과 홀덤하는 부분은 룰을 몰라 이해 불가) 그렇다고 추리적 재미가 뛰어나다거나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 같은 것을 느끼지는 못한다. 전체적으로 밋밋하고 평범하다. 이유는 아마도 예측가능한 뻔한(?) 줄거리에 있는 듯. 미녀 의뢰인의 등장, 조직의 다이아몬드를 훔친 도박사, 그를 응징하는 조직, 여성 킬러의 등장, 보스와의 협상과 타협, 마지막 소소한 반전 등. 하드보일드 독자라면 익히 접해온 친숙한 스토리 아닐까.
어찌됐건 작가의 첫 작품치곤 나쁘지 않다. 하드보일드한 문체가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주도하고 있고, 사건을 풀어가는 전직 도박사와 대학생 조수 콤비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작가가 두 콤비가 활약하는 연작 시리즈를 구상하느니만큼 참신한 스토리 개발에 매진한다면 좀 더 재미난 하드보일드풍의 미스터리 시리즈로 정착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