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까마귀 어지러이 나는 섬 ㅣ 작가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심신 휴양차 히무라 임상범죄학자는 친구이자 추리작가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고도의 펜션을 찾아간다. 하지만 지명이 비슷한 엉뚱한 섬에 도착하고...까마귀만이 득실거리는 그 섬에는 은둔한 저명한 노문학자만이 살고 있다. 그리고 그를 추종하는 십여명의 열혈팬들....거기에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며 성공가도를 달리는 젊은 사업가가 갑자기 불청객으로 나타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모임,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참석자들, 초대받지 않은 손님...뭔가 부조화스럽고 기묘한 분위기 속에서 두 건의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외딴섬이라는 천혜의 밀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범인은 이중에 있다. 히무라 - 아리스 콤비의 추리가 시작된다.
2006년에 출간한 작가 아리스 시리즈이다. 작년에 국내에 선보인 학생 아리스 시리즈인『여왕국의 성』(2007년작) 바로 전 해에 출간한 작품으로 "2007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해, 1위를 차지할 정도의 뛰어난 추리소설이라 보기 힘들다.
고도라는 외딴섬이 주는 신비감과 고립감, 천혜의 밀실이라는 클로즈드 서클, 범인은 이속에 있다라는 전형적인 추리 클리셰. 자연 밀실인 절해의 고도에서 펼쳐지는 연쇄살인지라 탈출구가 없는 극한의 상황속에서 범인의 대담한 트릭이 수반된 뭔가 화끈하고 긴박한 스토리를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다. 작가가 후기에도 언급했듯이 결코 화려하지 않다.
일부 무미건조한 캐릭터와 평온하게 흘러가는 분위기 때문인지 사건 자체가 그닥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고 전개 역시 평이하다. 정황 증거들을 근거로 추리하는 히무라의 추리도 일견 상상과 추측에 의존한 감도 있고, 밝혀지는 모임의 정체는 조금은 황당하달까, 범행의 동기 역시 뜬금없긴 마찬가지다. 거기에 작가 특유의 인생관, 추리관을 담은, 사건과 무관한 다양한 얘기들이 빈번하게 등장해 추리적 긴장감을 갉아먹는다.
이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영문 제목인 nevermore이다. 에드가 앨런 포의 유명한 시『RAVEN』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로 "이제는 결코"라고 해석되어지는데 이 단어야말로 이 작품의 시작과 끝이다. 병으로 세상을 떠난 어린 부인을 못내 그리워하는 노문학자의 가슴 시린 사뭇친 정이 이 모든 사건의 시초이자 발단이다.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지만 그래도 본격 미스터리는 언제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