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킹은 죽었다 ㅣ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희재 옮김 / 검은숲 / 2015년 6월
평점 :
검은숲에서 펴낸 엘러리 퀸 컬렉션 3차분이자 집필 3기에 해당하는 라이츠빌 시리즈의 마지막 다섯 번째 작품이다. 엘러리 퀸의 1기 작품들인 국명 시리즈 아홉 권과 비극 시리즈 네 권은 거의 다 읽고 소장중이지만 사실 라이츠빌 시리즈는 처음 만나본다.
작품 정보를 보니 앞전의 라이츠빌 시리즈는 가상의 소도시 라이츠빌을 무대로 집과 마을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사용했는데 이번 작품은 스케일이 커진다. 세계 군수 산업의 왕이자 거부인 킹 벤디고가 세운 그의 왕국이 있는 벤디고섬이 주요 무대이다.
킹의 둘째 동생이자 총리격인 아벨은 킹이 살인 협박장을 받자 퀸 부자에게 사건을 의뢰하고 퀸 부자는 벤디고섬으로 들어와 수사에 착수한다. 그리고 킹의 첫째 동생인 유다 벤디고를 용의자로 지목, 범행 예고 시간에 그를 격리하지만 유다의 빈 권총은 벽을 향하고 맞은편 방의 킹은 총에 맞는데...
라이츠빌 시리즈는 첨 읽었는데 기존의 국명 시리즈나 비극 시리즈와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기존의 작품들이 연역적 추리에 따른 이성과 논리로 수수께끼를 풀어가며 트릭과 반전에 우선 순위를 둔 정통 추리라면 이 작품은 범행의 동기, 즉 인간의 본성과 내면에 포커스를 맞춘다.
밝혀지는 트릭이나 사건의 범인등이 그렇게 놀랄만한 수준은 아니다. 추리소설 애독자라면 사건 정황상 어느 정도 유추가능하다. 문제는 동기인데 그것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수십년간 축적되온 오해, 배신, 실망 그리고 최후의 결단. 물욕, 탐욕, 권력욕같은 인간의 추한 본성과 이기심이 사건의 단초이다.
기존 국명 시리즈나 비극 시리즈에 비해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추리적 재미가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거대 왕국을 일구고 다스려온 한 인간(king)의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어두운 내면과 그로 인해 초래되는 씁쓸한 말로가 묘한 여운을 남긴다. 덧붙여서,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의 도입부와 엘러리가 라이츠빌에서 삼형제의 과거를 추적하는 수사 부분이 다소 지루해 인내심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