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측 죄인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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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범인에게 고한다』로 국내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시즈쿠이 슈스케의 법정 서스펜스물이다. 일단 표지가 산뜻하니 인상적이다.  노란색 바탕에 총, 칼, 시계 그리고 재판봉이 그려진 일러스트가 법정의 존엄성과 위엄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한다.

580여쪽의 두툼한 분량을 자랑하는 이 법정 서스펜스물의 핵심 키워드는 두 가지다. 바로 공소시효와 정의.『검찰 측 죄인』은 공소시효가 만료돼 법망의 테두리를 벗어난 범죄자를 정의의 이름으로 처단하려는 한 검사의 집념어린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베테랑 검사 모가미는 노부부 살인사건의 용의자 명단에서 마쓰쿠라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흥분한다. 바로 그가 23년전 소녀 살인사건때 유력한 용의자였으나 결국 체포에 실패했고 이후 공소시효 만료로 자유의 몸이 된 상태. 모가미 검사는 23년전 사건의 죄를 묻기 위해 마쓰쿠라를 노부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아간다, 

한편, 모가미를 존경해온 새내기 검사 오키노는 그러한 모가미의 명을 받아 마쓰쿠라를 취조하지만 일방적으로 범인으로 모는 모가미의 지시에 일말의 의혹을 갖는다. 그러면서 공소시효와 정의에 관해 대척되는 지점에 선 두 검사의 불꽃튀는 신념의 대결이 막이 오른다.

책 초반부에는 23년전 과거 모가미 검사가 당시 겪었던 입장과 처지를 공감하며 그런 연유로 마쓰쿠라를 옭죄이기 위한 일련의 행보가 나름의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목적을 이루기 위해 증거를 은폐하고 스스로 불법을 자행해 원죄자를 만들고 결국 범죄자를 척결하기 위해 스스로 범죄자가 되는 모가미 검사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까. 그의 극단적인 행보는 전도유망한 후배 검사가 사직원을 제출하는 사태로 이어지고...

이 작품을 계기로 공소시효의 존폐 여부와 정의의 개념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는 2011년 개정법에 의해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한때 살인죄에 관한 공소시효(현행 25년)를 폐지하려는 일명 "태완이 법"이 국회 법사위에서 기각돼서 뜨거운 사회적 논란과 이슈가 되었지만 마침내 최근 21일 폐지안이 국회 법사위의 제1차 관문을 통과했다고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는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이다. 문제는 개개인이 판단하고 '정의'하는 정의에 대한 개념과 가치관인데... 과연 내가 모가미와 같은 전철과 고통을 겪은 검사라면 나 역시 모가미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오키노의 편에 설 것인가.

구치소의 차가운 창살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두 검사를 보며 만감이 교차한다. 특히 자신의 굳은 신념으로 그러한 결과를 초래한 모가미 검사에게 인간적인 연민의 정을 느끼며 나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지랴. 전철역에서 오키노가 절규하는 마지막씬은 인간이기에, 감정이 있는 너무나 나약한 인간이기에 보여주는 상념어린 회한의 씬이다. 

사법제도의 대표적 맹점인 공소시효라는 핫한 주제에 정의라는 도덕적 잣대를 비추어 한 편의 인간 드라마를 보여주는『검찰 측 죄인』. 각자 추구하는 정의의 신념을 토대로 두 검사가 보여주는 가슴 뜨거운 이야기가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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