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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누군가 없어졌다 ㅣ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나쓰키 시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2월
평점 :
내가 읽은 일본 여류 추리작가의 작품 "BEST 4"를 꼽으라면 누마타 마호카루의『유리 고코로』, 나쓰키 시즈코의『W의 비극』, 아마노 쎄스코의『얼음꽃』그리고 미나토 가나에의『고백』을 들 수 있다.
바로 이 작품이 국내 출시된『W의 비극』,『제3의 여인』의 작가이자 "일본의 애거서 크리스티"라 불리우는 나쓰키 시즈코의 작품이다. 제목에서 유추하듯이 황금기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불멸의 명작『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1988년작.
기본 전개는 원작과 거의 흡사하게 흘러간다. 단지 무대가 섬에서 호화 요트로 바뀌었고, 등장인물수가 열 명에서 일곱 명으로 줄었을 뿐...호화 요트에 손님을 초대한 배의 주인은 정작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탑승객 일곱 명의 과거 죄상을 폭로하는 녹음 테이프의 재생 소리를 시작으로 서서히 연쇄 살인의 막이 오른다. 기계가 고장나고 무전이 끊기고 오도가도 못하는 망망대해 바다 위의 거대 밀실에서 탑승객은 하나둘씩 죽어나간다. 공포와 무질서속에 서로간의 불신과 경계는 극에 달하고...결국에는 아무도 남지 않는다. 과연 사건의 진상은 무엇이며 범인은 누구인가.
밝혀지는 트릭과 반전, 사건의 진상등이 원작의 그것만큼이나 무릎을 탁 칠 정도로 놀라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충분히 미스터리적 재미를 만끽할만한 깔끔한 마무리라고 생각한다. 시종일관 오마주에 충실한 극의 전개도 뛰어나고 클로즈드 서클이기에 더욱 위력을 발휘하는 시시각각 좁혀오는 공포 그리고 극한의 추리적 재미등 원작의 맛을 잘 살렸다. 황금기 고전 미스터리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해준 재미난 작품이다.
여담으로, 출판사 책소개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절묘한 조합"이라고 고딕체로 엄청 강조하는데 정말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모르고 읽었으니 망정이지 거의 스포일러 누설 수준이다. 과한 책소개는 자제해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