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진구 시리즈 3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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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별』로 2014년 한국추리문학대상을 수상한 현직 판사이자 추리작가인 도진기 작가의 일곱 번째 장편이자 진구 시리즈 세 번째 작품. 2015년 신작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죽음을 눈앞에 둔 부자 노인의 상속 재산을 둘러싼 가족간의 갈등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담고 있다.

상당한 자산가인 칠십대 노인 남현호의 집에는 그의 젊은 새부인, 세 딸과 두 명의 사위 그리고 한 명의 손녀가 살고 있다. 하지만 노인이 당뇨로 인해 임종을 앞둔 시점에서 결혼한 막내딸이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나머지 가족들은 본인의 상속 몫을 확실히 챙기고자 서로간의 불신과 경계가 극에 달한다. 그런 이유로 '백수 탐정' 진구와 '어둠의 변호사' 고진이 각자 막내 사위와 두 딸의 대리인 자격으로 이 상속 전쟁에 개입하고...과연 막내딸의 사망은 단순한 교통사고인가 아니면 상속 재산을 노린 누군가의 계획된 범행인가 그리고 부자 노인의 상속분을 차지할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일단 이 작품은 그동안 작가의 작품에 등장했던 주요 등장인물들이 총출동한다. 시리즈의 두 주인공 고진과 김진구를 필두로 진구의 여친 해미, 고진의 숙명의 라이벌인 이탁오 박사, 고진을 돕는 이유현 경감과 압상트의 매력적인 여사장 류경아까지. 작가는 이미 독자에게 친숙한 등장인물 캐릭터와 판사 업무로 인한 전공 분야에 갖가지 살을 붙여 한 편의 재미난 상속 관련 미스터리 드라마를 선보인다.

막내딸의 교통사고 사망 사건의 진상을 둘러싸고 각자의 입장과 견해를 대변하는 고진과 진구의 불꽃튀는 추리 대결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 바람난 젊은 새부인, 자기 딸이라 주장하는 외항 선원의 출현등 간통과 불륜등으로 점철된 상속 문제에 변수가 될만한 추악한 사실들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상속인의 자격이 계속해서 요동친다.

교통사고의 진상과 더불어 마지막 밝혀지는 결말을 보면 현직 판사답게 법에 정통한 해박한 법지식을 앞세워 상속에 관련된 예상외의 놀라운 반전을 선사한다. 하지만 마지막 결말 부분을 제외하고는 읽는내내 딱히 긴장감이 없이 조금은 심심한 느낌이다. 이유는『정신자살』의 이탁오 박사나 『유다의 별』의 용해운 같은 강력한 악당의 부재 그리고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엽기적인 살인이나 신선한 트릭이 없어서인지 모르겠다. 이야기가 물흐르듯 흐른다고는 하나 오히려 몇 쪽 안되는 분량을 차지하는 이탁오 박사의 등장 부분이 훨씬 강렬하니 임팩트있게 다가온다.

작품을 통해 상속에 관련된 법률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부가적인 즐거움이지만 목을 왼손으로 조르고 오른쪽 관자놀이를 맞았다고 꼭 범인이 왼손잡이라는 단순한 논리는 공감하기 어렵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나 할까.​ 법지식을 이용한 물고물리는 다양한 반전과 스토리텔링은 일품이지만 (전작들에 비해) 추리적 재미가 뛰어나다고 보지는 않는다. 어찌보면 전작『유다의 별』에 많은 힘을 쏟은 나머지 이번 작품은 이미 갖춰진 재료들에 작가의 주전공을 십분 살려 편안하게 집필한 느낌이다.

도진기 작가는 지금 현재 국내의 가장 인기있는 본격 추리소설 작가로 나 또한 작가의 열혈 팬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붉은집 살인사건』,『라 트라비아타의 초상』,『정신자살』,『유다의 별』로 이어지는 고진 시리즈가 사건의 엽기성, 강력한 악당, 번뜩이는 트릭, 큰 스케일, 풍부한 스토리텔링등으로 잔상이 오래남는 반면『순서의 문제』,『뮤즈의 계시』,『나를 아는 남자』등의 진구 시리즈는 (상대적으로) 소재의 경중, 내용의 엇비슷함 때문인지 기억에 오래남질 않는다.

작가 후기를 보니 작가는『정신자살』에 많은 애정을 품고 있으며 그러한 스타일의 작품을 쓰는 것이 집필 방향이자 성향으로 보인다. 아마도 작가는 이순간에도 고진과 이탁오 박사의 궁극의 대결 구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으리라. 한편으론 CCTV와 핸드폰으로 인한 트릭 구상의 어려움, 일본 작품과의 경쟁에 대한 고민도 보인다. 김내성 작가의 유불란 탐정, 김성종 작가의 오병호 형사 이후로 고진, 진구같은 탐정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국내 추리작가가 몇이나 될까. 판사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완성도 높은 '한국형 본격추리소설'을 선사하는 작가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내며 여덟 번째 작품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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