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의 저주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8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레드박스의 '미스터리 더 시리즈' 여덟 번째 작품. 작가 시리즈와 방랑탐정 도조 겐야 시리즈로 유명한 미쓰다 신조의 새로운 시리즈인 '사상학 탐정 시리즈'의 첫 권이다. 일본에서는 이 시리즈가 다섯 편 정도 나왔다고 하니 지금 현재 도조 겐야 시리즈와 함께 작가의 대표적인 시리즈인 셈이다. 2008년작.

사상학(死相學)이란 '죽을 관상을 보는 학문'이란 뜻으로 사상학 탐정이란 죽음이 드리워진 의뢰인으로부터 그 원인을 밝혀내 생명을 지켜내는 탐정이다. 사상을 보는 특수한 능력을 타고난 슌이치로는 학교도 그만둔채 유명 영매인 할머니와 괴기 호러소설 작가 할아버지의 보살핌속에 자신의 능력을 키운다. 그리고는 스무 살 약관의 나이에 사상학 탐정 사무소를 차리는데 사야카라는 젊은 여성이 찾아온다. 그녀의 의뢰는 죽은 약혼자의 집안인 이리야 가에 감도는 불온한 기운과 저주를 해결해 달라는 것. 사야카의 몸에서 꿈틀대는 무수한 죽음의 형상을 본 슌이치로는 이리야 가를 방문해 조사에 착수하지만 죽음의 그림자는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드리워져 있다.

일단 탐정이 약관 스무 살답게 까칠하고 시크하다. 장신에 홀쭉한 몸매, 표지가 말해주듯 소녀들이 좋아할만한 아이돌 스타 캐릭터라고나 할까. 시종일관 의뢰인에게 까칠하게 대하고 손주로서 할미와 맘먹는 오만불손 제멋대로 젊은이이다. 그런 청년이 사시 능력을 넘어서 죽음을 미연에 방지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역할을 잘해낼 수 있을까.

이리야 가에는 죽은 아버지의 난잡한 여성 편력으로 인해 제각기 엄마가 다른 아들, 딸들이 모여 사는데 죽음이 씌인 그들에게 매일같이 불가사의한 일들이 발생한다. 계단에서 미끄러지고, 창자가 꼬이고, 환청이 들리고, 동상이 넘어지고...그러면서 결국 가족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간다. 과연 주술자의 저주에 의한 오컬트적인 죽음인가 아니면 괴이한 연출로 위장한 특정인의 교활하고도 지능적인 살인인가. 한밤중에 배회하는 검은 그림자, 자유자재로 변형하는 괴물, 열세 개 점선의 수수께끼등 호러와 추리 요소가 적절히 섞여있는 가운데 슌이치로는 잇달은 죽음을 통해서 관련된 법칙을 찾아내 사건의 진상에 다가간다.    

​추리는 논리적이나 사건의 발생과 전개과정 그리고 해결에까지 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즉 오컬트적인 (주술사, 사신, 저주, 주문등) 요소가 많이 개입된다. 한마디로 죽음을 보는 탐정이 죽음이 씌여진 자들에게 닥친 괴이스러운 현상을 논리적으로 추리는 하지만 사건 해결 역시 초자연적인 힘에 의존한다는 얘기다. 논리성과 현실성을 중시하는 정통 추리 독자에게 이러한 변칙적인 스타일의 작품이 이떻게 비춰질지 궁금하다.

민속, 괴담, 토속 신앙을 바탕으로 호러와 본격 추리의 절묘한 결합을 보여준 도조 겐야 시리즈에 비해 작품의 밀도, 추리의 깊이, 이야기 구조, 짜임새 등이 단순하고 가볍다. 젊은 미스터리 팬을 위해 현대적 감각으로 쉽고 대중적으로 쓴 작품으로 보이나 기존 미쓰다 신조 팬들의 매니아적 눈높이와 기대치를 채워줄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사상학 탐정1』이란 넘버링으로 봤을 때 레드박스가 야심차게 시리즈로 출간할 계획인 이상 2편에서는 좀 더 풍성한 내용의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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