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 제56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요코제키 다이 지음, 이수미 옮김 / 살림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국내 처음 소개되는 요코제키 다이의 추리소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신인 최고의 등용문'인 에도가와 란포상 제56회(2010년) 수상작이다. 공무원 신분인 작가는 란포상 도전 8수만에 이 작품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혼녀 마키코의 초등 아들이 슈퍼마켓에서 절도 행각을 벌이다 마키코의 초등 동창 나오토의 배다른 형 사쿠마 점장에게 발각되고, 사쿠마는 무마의 조건으로 현금과 그녀의 몸을 요구한다. 전남편 게스케와 함께 협상의 장소에 가지만 기다리는 건 점장 사쿠마의 피살체. 근데 문제는 바로 흉기인 권총이다. 23년전인 초등학교 6학년때 마키코와 단짝 친구들이 타임캡슐에 묻었던 경찰의 제식 권총이 사용된 걸로 밝혀지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과연 타임캡슐을 열고 권총을 꺼낸 자는 누구인가. 

단순한 초등아이의 절도 행각이 살인사건으로까지 변질되면서 오래동안 뿔뿔히 흩어져 살던 초등 단짝 친구 네 명이 운명의 재회를 한다. 여린 감성의 기업 오너인 나오토, 리더형의 건축사 게스케, 의리의 형사 준이치 그리고 아름답고 당찬 마키코. 그들 네 명은 23년전 너무나 어린 마음에 타임캡슐에 묻을 수 밖에 없었던 비밀을 간직한채 각자 인고의 세월을 보내온 죽마고우들이다. 

타임캡슐이 묻힌 장소와 비밀번호를 공유한 네 동창이 서로에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가운데 사용된 권총으로 인해 23년전 사건이 재조명되고...단짝 친구들은 각자의 입장과 위치에서 최대한 자신과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한 우정을 연출하지만 현경 출신의 젊은 형사 나라는 냉철한 판단력과 뛰어난 추리로 점장 살인사건은 물론 과거 23년전 사건의 은폐된 진상마저 추적한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양파 껍질 벗기듯 새로운 사실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그러면서 엎치락뒤치락하던 사건의 양상과 범인의 형태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기상천외한 트릭이나 놀라운 반전은 없지만 본격 미스터리로써의 치밀한 구성력과 수상작답게 탁월한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네 명 주인공들의 개성있는 입체적인 캐릭터가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각자의 캐릭터에 맞는 감정선으로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힘이 매끄럽고 탄탄하다. 거기에 탐정역의 나라 형사 역시 깔끔한 이미지와 홈즈 뺨치는 추리로 제 5의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한다. 어릴적 누구나 가슴속에 한가지씩 가지고 있는 학창 시절의 비밀에 친구 사이의 우정과 의리를 접목시켜 탄탄한 스토리의 재미난 본격 추리소설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잘 짜여진 본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는 표지 디자인이 다소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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