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의 살인 - 제22회 아유카와 데쓰야 상 수상작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
아오사키 유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아오사키 유고라는 1991년생 젊은 작가의 데뷔작이다.『체육관의 살인』은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만화광이자 은둔외톨이인 천재 고등학생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본격 미스터리를 표방한 학원 추리물로서 '본격 추리물을 다룬 신인에게 주어지는 상'인 아유카와 데쓰야상 수상작 (2012년)이다.

한 고등학교 구체육관에서 3학년 방송부장이 흉기에 찔린채 살해된다. 밖에는 장대비가 내리고 대형 장막이 드리워진 무대뒤 살해 현장은 좌우 출입구가 모두 잠겨진 밀실 상태. 담당 형사들은 당시 현장에 홀로 있던 2학년 여자 탁구부장을 유력 용의자로 체포한다. 이에 그녀의 결백을 믿는 1학년 탁구부원은 괴짜이자 은둔외톨이 천재 만화광인 2학년 선배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천재 고등학생 탐정의 등장과 함께 그야말로 엘러리 퀸의 재림을 보는 듯한 현란하고 논리적인 추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목격자 한명씩 사정 청취를 통해 시간별, 공간별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알리바이가 확실한 용의자를 한 명씩 소거해서 범인을 압축해 나간다. 사소한 단서나 물증을 통해 예상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거기서 논리적인 소거법에 의거 마지막 하나의 결말을 도출해 내는 엘러리 퀸 스타일의 정통 추리 기법이 훌륭히 재현된다. ​

주인공은 단순히 사건의 정황 설명과 체육관에 버려진 검정 장우산 하나만 가지고 뛰어난 분석력과 논리정연한 추리로 탁구부장의 결백을 증명함과 동시에 알리바이에 입각한 용의자들과의 일대일 심문을 통해 조금씩 용의자의 범위를 좁혀나간다. 그러면서도 범죄의 동기를 밝히고 밀실 트릭이라는 난제에 도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스물한 살의 패기와 열정으로 쓰여진 작품답게 화려한 미사여구나 장황한 배경 묘사없이 간결한 문체와 빠른 전개가 돋보이며 학생들이 공유하는 풋풋한 대사나 행동들이 학원 미스터리다운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특히 일개 고등학생 신분으로 형사에게 형님이라 호칭하며 넉살좋게 수사에 동참해서 수사관의 머리위에서 놀며 밀당을 즐기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다고 본격 미스터리의 틀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야말로 정통 미스터리와 신감각 학원 미스터리의 절묘한 결합을 보여준다. 

마지막 씬에서 사건의 모든 관계자들을 한데 모아놓고 주인공이 펼치는 60여쪽 분량의 논리적인 추리의 강연은 이 책의 하이라이트요 압권의 장면이다. 모든 정황 증거들에 대한 논리적인 분석과 추리로 결국 밀실 트릭이 벗겨지고 범인이 지목되는 순간 아~ 사건의 진상이 이렇구나~ 하는 탄성과 함께 짜릿한 희열과 쾌감이 몰려온다. 거기에 한술 더 떠, (사족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작가는 프롤로그를 다시 읽고 곰곰히 작품 전체를 되짚어보게하는 깜짝 디저트까지 준비해 놓는다.

 

유일하게 걸리는 점이라면 작품 전반에 걸쳐 범죄에 사용된 흉기에 대해 일언반구가 없다는 점이다. 사용된 흉기를 통해 범인에 접근하는 것은 수사의 기본 상식인데 이 책에서는 흉기의 종류, 반입과 사후 처리 과정등 흉기에 관한 부분이 전혀 다루어지지 않는다. 그 부분이 조금은 의아스럽다. ​

​어쨌든 정말 오랜만에 정신 바짝차리고 빨려들듯 한순간에 독파할 정도로 추리적 재미가 뛰어난 작품이다. 과연 차세대 미스터리 유망주로서 '헤이세이 엘러리 퀸'이라 불릴만 하다. 이제 25세가 된 작가의 데뷔작이 이 정도이니 본격미스터리대상 2위에 오른 후속작『수족관의 살인』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엘러리 퀸의 정통 미스터리의 향수와 논리적인 본격 추리의 진수 거기에 신감각의 학원 미스터리를 맛보고자 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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