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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구기담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평소 공포소설이나 기담에 별 관심이 없는 내가 이 호러 단편집을 집어든 이유는 순전히 작가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관 시리즈'로 대표되는 신본격 추리소설의 대표주자인 아야츠지 유키토는『어나더』와『프릭스』를 통해서 그가 본격 추리물외에도 미스터리 공포물에 일가견이 있음을 증명해 보인다. 그의 호러적 재능은 일본의 내노라하는 미스터리 작가가 참여한『혈안』이란 책에서『미도로언덕 기담』이라는 군계일학의 소름끼치는 단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과연 1995년에 씌여졌다는 유키토 작가의 첫 번째 초기 단편집은 어땠을까.
표제작『안구기담』을 포함해 총 일곱편의 호러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리 만족한 독서는 아니였다. 미스터리 매니아인 나로서는 미스터리가 빠진 단순 호러물이나 기담에 별 관심이 없어서일까. 첫 번째 단편 『재생』은 좋았다. 그로테스크한 느낌에 오싹하기도 하고 괴이스럽기도 하고. 오호 이거 괜찮은데...나머지 단편들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하지만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다. 작가의 호러적 상상력과 결말이 내가 추구하는 엔터테인먼트적 재미 사이에 괴리감이 존재하는 것인지 그닥 재미난 단편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마지막『안구기담』은 읽을만 했다. 좀 잔인하고 역겹기는 했지만...결국 첫 번째와 마지막 단편 두 편만 괜찮았을 뿐 나머지는 기대에 못미친다. 특히 스탠리 엘린의 불후의 걸작 단편『특별 요리』와 동일한 제목을 사용한『특별 요리』는 기본 설정과 초반 전개 과정이 너무나 흡사해 커다란 기대를 가졌으나 이야기는 하염없이 산으로 올라간다.
역자 후기에도 있듯이 단순한 호러 소설이 아닌 그로테스크, 오컬트, 탐미적, 광기같은 소재와 분위기로 때론 오싹하게 때론 오묘하고 환상적인 작가만의 독특한 공포 세계를 그려내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미스터리가 배제된 호러물이라 내 취향이 아니어서인지 썩 만족스런 독서를 하지못한 것은 사실이나 호러물 또는 기담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신본격 추리소설의 귀재가 선사하는 그만의 색다른 공포 세계를 한 번 경험해 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