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맨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가와이 간지의 2012년 데뷔작으로 신인 발굴을 위한 상인 '제32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 수상 작품이다. 이 상 수상작이 국내에 소개되기는 처음. 마치 시마다 소지의『점성술 살인사건』의 재림을 보는 듯 신체의 일부 각각을 훼손해 하나의 인간을 창조한다는 '아조트'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경찰 네 명의 활약상을 그린 본격 추리소설이다.

 

한 아파트에서 머리가 사라진 시체가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몸통만 사라진 시체 그리고 팔과 다리가 각각 훼손된 시체등 3개월 동안 신체의 일부분이 각각 훼손된 여섯 구의 시체가 발견되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범행 현장에서는 그 어떤 범인의 감정도 느낄 수 없으며 단지 전문가의 비정하고도 냉혹한 숨결만이 존재할 뿐이다. 과연 신체 일부분을 무감정으로 절단해 간 범인의 목적은 무엇인가. 각각의 신체 일부로 하나의 완벽한 인간인 '아조트'를 창조하기 위함인가. 

 

경시청 형사부는 가부라기 경위를 팀장으로 동료 마사키, 신세대 엘리트 형사인 히메노 그리고 과학경찰연구소 연구원인 프로파일러 사와다로 팀을 꾸려 엽기적인 연쇄살인범을 추적하지만 사건은 수개월째 교착 상태에 빠지고...그러는 가운데 자기가 그 신체의 일부분으로 완성된 '아조트'라고 밝힌 '데드맨'이란 사람에게서 의문의 이메일이 발송되는데...

 

경시청 4인조의 3인칭 시점과 '데드맨'이라는 아조트 인간의 1인칭 시점으로 번갈아 진행되는 이 작품은 작가가 "현실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장면을 거침없이 그려내는 시마다 소지의 작풍을 본받고 싶다."고 밝혔듯이 현실의 공간에 비현실 세계를 교묘히 결합시키는 일루전(illusion) 효과를 멋지게 대입시켜 한 편의 완벽한 본격 추리물을 선사한다. 거기에 "40년간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고 있다"라는『점성술 살인사건』의 유명한 서두처럼 이 작품 역시 40년전 행해진 부도덕한 행동과 은폐된 진실에 단죄를 짓는 인간 실존의 성찰을 다루고 있기도 하다.

 

신체의 일부분이 훼손된 엽기적인 사건을 시작으로 죽은 자로부터의 이메일, 경찰의 현실적인 수사 과정과 죽었다 되살아난 '데드맨'의 일기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현실인지 허구인지 헷갈리게끔 하는 고도의 전략으로 쉴새없이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스토리텔링 능력은 신인답지않게 뛰어나다. 그러면서 풀어놓은 수수께끼를 결말부에서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마무리짓는 솜씨도 일품이다. 문장력만 조금 다듬고 사건과 관계없는 말장난같은 부분을 덜어내서 시종일관 진중한 분위기를 유지했으면 더 뛰어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엽기적인 사건의 발생과 괴기스러운 전개, 독자를 현혹시키는 트릭, 납득할만한 동기와 완벽한 마무리등 개인적으로 올해 읽은 최고의 본격 추리소설중 한 권으로 꼽고 싶다. 경시청 4인조가 그대로 재등장하는 작가의 두 번째 작품『드래곤플라이』가 올해 7월에 출시됐다고 하니 어서 읽어보고 싶다. 이 작품 역시 멋진 일루전 효과를 사용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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