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 죽은 남자 스토리콜렉터 18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한 사람에게 동일한 날이 며칠간 반복된다는 '타임 루프'라는 SF적 설정을 앞세운 니시지와 야스히코의 1995년 작품으로 제 49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후보에 오른 작가의 대표작이다. 주인공에게는 어느 순간 동일한 하루가 9일 연속 반복되는 기이한 현상 또는 체질이 있는데 타인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오로지 당사자만이 그것을 인식하고 자신의 의지로 언행을 변경할 수 있다는 독특한 설정이다.

 

이러한 초현실적인 설정을 이용한 추리 소설로는 시체가 되살아나는『살아있는 시체의 죽음』과 중세 마법 미스터리인『부러진 용골』을 들 수 있는데 두 작품 모두 작가의 뚜렷한 세계관과 작가가 창조한 비현실적인 틀속에서 완벽한 미스터리를 선보인 좋은 작품들이다. 스케일과 전개면에서『살아있는 시체의 죽음』이 주말 드라마요『부러진 용골』이 한 편의 스펙타클한 토요 명화라면『일곱 번 죽은 남자』는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가벼운 일일 시트콤 추리극이라 할 수 있겠다.

 

신년 모임차 할아버지의 별장에 모인 세 딸의 가족들과 고용인들...고령이자 부자인 할아버지의 유언장과 후계자 세습 문제로 인한 가족들간의 알력과 이권 다툼속에서 할아버지는 살해당하고, 그것과 동시에 탐정역의 손자이자 주인공인 고등학생 히사타로에게는 타임 루프가 시작되는데...과연 히사타로는 9일간의 제한된 기한내에 범인을 찾아 할아버지를 구하고 가족들간에 평화를 지켜낼 것인가... 

 

독특한 설정과 초반부의 흥미로운 전개에 비해 중반부는 상황이 조금씩만 바뀔 뿐 기본 얼개가 동일하게 반복되는 하루의 연속인지라 뭔가 국면을 급전환시킬만한 새로운 전개에 대한 갈증이 있고 또한, 그러한 매일매일의 변경되는 상황에 대한 논리적인 서술과 전개에 치중하느라 정작 추리적 재미는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해를 당하는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주인공 히사타로가 매일매일 짜내는 궁리와 묘안, 그리고 그것들이 조금씩 엇나가 할아버지는 매일 살해당하고 서서히 마지막 9일째가 다가오는 가운데 주인공의 눈물겨운 고군분투를 따라가며 해피한 결말을 기대케하는 퍼즐 미스터리적 전개는 위에 언급한 단점들을 상쇄시킬만큼 충분히 재밌고 흥미진진하다.

 

특히 마지막 결말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숨겨놓은 트릭과 놀라운 반전, 감춰진 진실은 이 작품의 완성도에 화룡점정을 찍는 느낌이다. "20년 동안 미스터리 마니아를 사로잡았던 그 작품"이란 책 소개가 결코 허언이 아니다. 엇비슷한 소재나 전개의 추리소설에 지겨워졌다면 기발한 설정에 논리퍼즐을 앞세운 이 참신하고 독특한 작품을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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