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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의 비극 ㅣ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서계인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평점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환상의 여인』과 함께 '세계 3대 추리소설'로 꼽히는 작품이다. 명성에 걸맞게 이미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 작품이 이번에 검은숲에서 국명 시리즈에 이은 '엘러리 퀸 콜렉션'의 일환으로 새롭게 출시되었다. 나 역시 어릴 적 한 번 읽고, 몇 년전 해문판으로 읽고 이번이 세 번째이다. 명작을 감상하는데 세 번 정도는 읽어줘야 예의가 아닐까...^^
먼저 검은숲판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책의 디자인이다. 베이지색 바탕의 양장본에 검정 띠지의 중후하고도 심플한 표지 디자인 그리고 초판에 한정한다는 별색의 고풍스런 내지...마치 엘러리 퀸이 책을 집필하던 1932년으로 되돌아가는 착각에 빠진다. 구매욕과 소장욕을 부르는 멋진 책디자인이다.
삼독(三讀)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재미는 여전히 살아있다. 오히려 극의 전개 방향, 등장인물의 다양한 캐릭터, 복선과 미스디렉션, 단서와 추리등을 더욱 논리적으로 정밀하게 관찰하게 된다. 그리고...결국 감탄한다.
일단 도입부부터가 인상적이다. "나는 정상적인 상태에서 자살한다." 이 얼마나 간결하면서 임팩트를 주는 멋진 문장인가. 이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건 당연히 햄릿역의 은퇴한 노배우인 명탐정 드루리 레인이다. 큰 키에 늘씬한 몸매, 목까지 늘어트린 하얀 머리칼의 이 중후한 노신사가 사건의 진상에 다가갈수록 보여주는 탐정으로서의 고뇌에 찬 모습은 한 편의 웰메이드 연극을 감상하는 기분이다. 특히 마지막 장면, 정원 연못에서 흑고니에게 먹이를 주며 담담히 사건의 진상을 읊조리는 회한의 씬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명장면이다.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바로 정교한 플롯이다. 미스터리한 도입부, 미치광이 집안의 불가사의한 사건, 매력적인 명탐정의 등장, 다양한 복선과 미스디렉션, 논리적인 추리, 거듭되는 반전, 의외의 범인과 놀라운 결말등 정말 추리소설로서의 모든 요소를 완벽히 구현한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다양한 정황 증거들을 제시하며 독자에게 은연중에 범인을 암시함과 동시에 미스디렉션을 통해 교묘히 범인을 숨기는 테크닉은 기발하다. 범인을 밝혀내고 사건을 종결짓는 라스트 씬에서는 일반 추리소설이 범접할 수 없는 품격마저 느껴진다.
이 작품을 포함해서 비극 시리즈 네 권은 엘러리 퀸이 아니라 '바너비 로스'란 필명으로 발표된 작품인데 그 사유는 책 서두와 작품 해설에 친절히 설명되어 있다. 그나저나 1932년과 33년 단 두 해동안 엘러리 퀸과 바너비 로스란 두 개의 필명을 번갈아 사용해서 '비극 시리즈' 4부작과 그리스 관, 이집트 십자가, 미국 총, 샴 쌍둥이 미스터리 이렇게 여덟 권의 걸작을 연달아 발표한 두 사촌 형제 작가의 역량이 놀라울 따름이다.
크리스티 여사의『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추리소설 입문자에게 최고의 오락 소설이라면『Y의 비극』은 추리소설 독자에게 정통 추리소설의 진수를 보여준 최고의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야말로 클래스는 영원하다.『Y의 비극』을 여태 안읽은 추리소설 독자가 있다면 그 자체가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