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면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박수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도쿄 외곽 깊은 산골에 홀로 세워진 기면관(奇面館)...4월의 눈보라가 하염없이 몰아치는 가운데 여섯 명의 초대 손님이 찾아오고...전 세계의 각종 희귀한 가면들의 컬렉션이 전시된 이 기이한 저택에서 관 주인의 주재하에 모두가 가면을 착용한 채 기묘한 의식이 거행된다. 그리고는 다음 날 아침 주인의 침실인 기면의 방에서 얼굴과 손가락이 절단된 의문의 시체가 발견되는데...모두가 가면을 착용한 이 기묘한 저택에서 벌어진 참극의 희생자는 누구이며 각자의 가면 뒤에 숨겨진 얼굴의 진실은 무엇인가...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기수'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시리즈 최신작이다. 그리고 너무나 반갑게도 관시리즈 초기작을 연상시키는 본격 추리물로 돌아왔다. 작가가 후기에서 밝힌 것처럼 암흑관, 흑묘관과 같은 고딕이나 기괴, 환상의 취향을 최대한 자제하고 『미로관의 살인』스타일의 '경쾌한 퍼즐 미스터리'를 선보인다.

 

본관, 별관, 안채로 구성된 독특한 구조의 기면관에서 주인과 고용인들 그리고 손님 모두가 가면을 쓴 채 벌이는 기묘한 의식은 저택 여기저기에 전시되어 있는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가면들만큼이나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거기에 매섭게 몰아치는 눈보라, 부서진 전화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저택이라는 전형적인 클로즈드 서클이 만들어지고, 나카무라 세이지가 만든 관이라는 호기심에 후배 작가의 대타로 비밀리에 참가한 추리작가 시시야 가도미는 (이전의 관시리즈에서 늘 그랬듯) 엉겁결에 살인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다. 

 

『기면관의 살인』은 철저히 논리적 사고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520여쪽 분량에 사건은 단 하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다. 주인공 시시야는 제한된 상황과 증거속에서 예측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추리하고 검증해서 소거하는 방식으로 조금씩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 간다. 그래서인지 극중 전개는 빠른 편이 아니다.

 

단 하나의 살인사건인지라 시계관, 미로관, 수차관 등에 비해 다양한 에피소드나 새로운 국면을 맞는 극적인 장면의 전환등은 별로 없는 대신 사건 발생시의 주변 정황과 범인의 심리상태를 고려한 다양한 정황 증거들을 한조각씩 짜맞춰 진실에 접근해가는 추리 부분에 많은 지면이 할애되며 이 논리적인 사고를 따라가는 재미가 정말 뛰어나다. 특히 후반부에 보여주는 시시야 가도미의 빛나는 추리 부분은 마치 애거서 크리스티나 엘러리 퀸의 고전 퍼즐 미스터리에 나오는 명탐정의 그것을 보는 듯 짜릿하다.  

 

범인을 맞히기 위해서는 책 도입부부터 관의 구조는 기본이고 모든 등장인물들의 배경과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그만큼 책 전체에 수많은 복선이 깔려있고 이 사소한 점을 놓치지 않고 시시야 가도미의 날카로운 추리가 틈새를 파고든다. 나카무라 세이지가 만든 모든 관이 그렇듯 기면관 역시 사건의 열쇠로 비밀의 장소가 등장하는 것이 다소 상투적이긴 하지만 그 비밀의 장치를 사건의 정황에 유기적으로 연계시키는 서술 능력이 탁월하다. 또한 범인이 밝혀짐과 동시에 드러나는 사건의 배후와 다양한 숨겨진 사실들은 놀라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오랜만에 내놓는 작가의 본격 추리물이지만 작가의 명성 그대로이며 퍼즐 미스터리답게 독자가 지적 유희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미로관, 시계관에 못지않는 수작이라고 해야 할까. 작가가 후기에서 기면관 발매로 인해 약속한 시리즈 열 권중 아홉 권을 끝냈다고 했으니 지금쯤 열 번째 작품을 구상하고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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