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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아...재밌네요. 역시 마쓰모토 세이초의 대표작이자 최고의 베스트셀러답습니다. 본격 추리 매니아인 저이지만 세이초 아저씨의 사회파 추리소설은 정말 대단합니다. 1957년에 발표된 그의 첫 장편소설이란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재미와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네요. 일본의 낯선 지명이 많이 나오고 다소 복잡할 수 있는 열차 시각을 이용한 트릭이 등장해서 자칫 흐름을 못따라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읽어보니 기우였습니다. 책 사이사이에 들어있는 27개의 친절한 그림과 삽화도 장면 이해에 적절한 도움을 주었구요.
확실히 세이초의 사회파 추리소설은 본격물과 그 궤가 다릅니다. 본격물은 먼저 메인 트릭을 정한 뒤 그 트릭에 맞춰 배경과 스토리를 구성하느라 이야기가 다소 비현실성을 띠는데 반해 세이초의 작품은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의 이야기가 우선이고 트릭같은 서브 소재는 추리소설의 재미를 더하는 단순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그러한 점은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라고 외치며 극적인 결말을 연출하는 본격물에서의 라스트씬과는 차별되게 미하라 경위가 도리카이 형사에게 보내는 담담하지만 정감어린 마지막 서신에서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의 세계와 집필 방향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사람 냄새나는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나저나 어떻게『점과 선』이라는 그렇게 멋진 제목을 붙였는지 참으로 감탄스럽습니다. 띠지 뒷면에 새겨져있는 "그들은 떨어져 있는 두 개의 점이었다. 우리는 잘못된 선을 그어서 그들을 묶어버렸다"라는 말은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너무나 인상적인 문구네요.
세이초 사회파 추리소설의 매력은 트릭과 범인 맞히기라는 본격 추리소설의 비현실성에 맞서 인간의 숨겨진 본성을 통해 범죄의 동기를 찾고 그러면서 그 당시의 시대상과 사회상을 작품에 적절히 투영시키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시점을 단순화, 획일화해서 글의 흐름이 막힘이 없고, 군더더기 하나 없이 아주 정제된 문체로 정말 필요한 얘기만 서술하는 그 문장의 간결성 역시 그만의 강점이고요.
『짐승의 길』,『잠복』, 그리고『점과 선』...무엇 하나 버릴 수 없는 정말 주옥같은 작품들입니다. 역시 시대에 무관하게 클래스는 영원하네요. 『잠복』에 이은 추리 단편 2탄『역로』를 기대안할 수 없습니다. 아 참, 그전에 사놓기만한『 D의 복합』과 『미스터리의 계보』를 어서 읽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