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 유스케의 밀실 트릭 단편집

자물쇠가 잠긴 방
기시 유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0월

장편 『유리망치』와 단편 『도깨비불의 집』에 이은 기시 유스케의 밀실트릭 세 번째 작품입니다. 후지TV 드라마 <자물쇠가 잠긴 방>의 원작 소설이고요. 전작들에서 콤비로 활약했던 방범 컨설턴트(이자 도둑?) 에노모토 케이와 여변호사 아오토 준코와의 재회가 반갑습니다.

표제작인 『자물쇠가 잠긴 방』을 포함 밀실 트릭 관련 중단편 네 편이 깔끔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미 친숙한 두 주인공이니만큼 따로 캐릭터 소개없이 바로 사건 발생과 조사 그리고 결말로 이어집니다. 이 작품은 범인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몇 안되는 등장인물중에 범인은 초반 또는 중반에 저절로 모습을 드러내고 그렇게 완전범죄를 자신하는 범인 앞에 에노모토의 신들린듯한 밀실 트릭 풀이가 펼쳐집니다. "밀실은 깨졌습니다"라는 멋진 대사와 함께 말이죠.

이 책을 제대로 즐기려면 주요 등장인물간의 관계, 범행 동기등도 중요하지만 밀실트릭 작품이니만큼 밀실이 생성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밀실이 만들어졌으며 이유는 몰라도 어떤 의문스런 재료나 장치 그리고 주변 상황이 밀실 형성에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완벽한 숙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마지막에 에노모토의 빛나는 밀실트릭 풀이 강의와 범인의 풀죽은 모습을 충분히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읽은 작품은 세 번째 작품『비뚤어진 상자』입니다. 밀실 트릭의 주메뉴인 잠금 장치분야가 아닌 특수한 방의 형태, 다양한 개구부 그리고 기발한 장치등을 통해 만들어진 밀실이 왠지 신선하게 다가오더군요. 반대로 표제작인 『자물쇠가 잠긴 방』은 이해가 조금 어려웠습니다. 다양한 용도의 테이프들, 섬턴으로 대표되는 자물쇠의 내부 구조 거기에 밀실을 완성짓는 물리학까지 등장해서 글로써는 조금 이해가 어렵더군요. 마지막 단편 『밀실극장』은 전작 『도깨비불의 집』에서의 마지막 단편 『개는 알고있다』와 같은 소품 형식의 코믹물입니다.

세 번째, 네 번째 단편을 제외하고 첫 번째와 두 번째 단편이 책으로는 잘 이해가 안되서 일드를 찾아봤습니다. 마침 친절하게 자막 동영상이 있더군요. 영상으로 확인하니 그제서야 머리속으로 완벽한 이해가 이루어집니다. 드라마를 먼저보면 책을 읽는 재미가 반감되지만 책을 먼저 읽고 드라마를 보니 작품에 대한 만족감이 더 커지네요. 30대의 노련한 에노모토가 드라마에서는 상당히 젊게 나오네요.

저자를 직접 만난 번역가 님의 후기를 보니 기시 아저씨의 밀실 관련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고 합니다. 드라마로 제작되어서 더욱 의욕도 생긴다고 하시고요. 기시 아저씨의 밀실 작품은 계속됩니다. 단지 (작가님 말씀대로) 느린 집필 속도가 문제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