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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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 괴담에 호러적 색채의 본격 미스터리라는 신선한 장르적 재미를 선사한 미쓰다 신조의 '방랑환상소설가 도조 겐야 시리즈'의 첫 출발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에 이어서 『잘린머리처럼 불길한 것』, 『산마처럼 비웃는 것』등이 발표됐지만 국내 출시는 이 책이 제일 늦다.

 

책은 국내 기출시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30명이 넘는 엄청난 등장인물에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가계도, 마귀촌이라 불리는 가가구시촌의 역사와 유래, 흑과 백으로 대립되는 가미구시가(큰신집)와 가가치가(윗집) 두 가문, 거기서 분가한 가운데집, 아랫집, 새신집등과의 힘과 견제의 역학 관계, 염매와 허수아비님으로 대표되는 가가구시촌 고유의 민속 괴담 등 책 초반부터 수많은 이야기거리가 독자의 넋을 뺀다.

 

거기에 여자 쌍둥이로 태어나 '사기리'라는 이름의 무녀와 혼령받이로 자라나는 아이들, 실종된 아이, 이혼과 재혼을 거듭하는 어른들, 정체불명의 하인과 수행자 등 등장인물의 구성 역시 상당히 복잡해서 정신 바짝차리지 않으면 책의 흐름을 놓치기 쉽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가계도 들여다보랴, 마을 지형도 살피랴 정신이 없다.  

 

책은 3인칭 작가 시점, 도조 겐야의 취재 노트, 사기리 6과  렌자부로의 수기로 번갈아 전개되는데 이게 화자의 시점을 달리한다는 신선한 맛과 나름의 복선을 깐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일관성있는 호흡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또한 지요의 혼령 든 얘기, 사기리 6이 히센천에서 겪은 괴이한 체험, 렌자부로가 형과 구구산에서 벌어진 불가사의한 일등 초반부터 독자를 오싹하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얘기들이 줄을 잇지만 정작 (독자가 기다리는) 살인사건은 240쪽 정도 지나야 발생한다. 그리고는 연쇄살인사건이 봇물터지듯 터져 독자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데...사건을 효율적으로 균등히 배치했으면 더 재밌는 소설이 되지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견 자살 또는 타살로도 보일 수 있는, 입에 기이한 물건을 머금은 채 삿갓에 도롱이 차림의 허수아비님 형상으로 죽은 의문의 살인사건들을 풀어내는 도조 겐야의 추리가 빛을 발하고 그 와중에 진범의 정체가 여러 번 바뀌는 반전이 일어난다. 하지만 밀실트릭, 독살사건, 오갈데 없는 길에서 사라진 범인 등 독자의 호기심을 잔뜩 불러일으킨 사건의 정황들에 비해 밝혀지는 진상은 조금 단순하고 허탈한 감이 있다. 트릭과 반전 요소등도 전작 『잘린머리~』나 『산마~』에는 다소 못미치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책이 도조 겐야 시리즈의 첫 작품임을 명심할 것. 민속 괴담을 이용한 작가 특유의 으스스한 분위기에 독자의 정신을 쏙 빼놓는 추리적 재미는 충분히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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