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 잔혹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김봉석의 하드보일드 소설 탐험 1
김봉석 지음 / 예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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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평론가이자 영화평론가인 김봉석씨가 쓴 개인 서평집입니다. 개인의 서평집을 읽는 것은 작고한 물만두 님의 『물만두의 추리책방』이후로 두 번째네요. 사실 개인의 서평집을 읽을땐 약간의 모험이 따릅니다. 일단 저와 저자 사이에 어느 정도 작품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렇지않고 취향이나 가치관등에서 괴리감이 존재한다면 그 서평집을 읽는 저 역시 썩 유쾌하지만은 않겠지요. 

 

이 책에는 저자가 읽은 장르소설 총 38편의 서평이 실려 있습니다. 『불야성』,『붉은 수확』,『아웃』같이 책 제목에 걸맞는 하드보일드 작품들로부터 『탄착점』, 『스노우맨』, 『워치맨』, 『본콜렉터』같은 최신 영미권 추리/스릴러물 그리고 『우부메의 여름』,『고백』,『짐승의 길』,『조화의 꿀』,『제노사이드』같은 최신 일본 미스터리까지. 제가 세어보니 이중에서 정확히 50%, 19편을 읽었네요^^.

 

책을 읽어보니 확실히 전문가의 서평답게 수록된 38편의 소설속 주인공의 심층적인 캐릭터 분석을 통해 책이 쓰여진 배경, 책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등을 밀도있고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저자는 단순 서평에 그치지않고 작가가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는데 많은 애를 씁니다. 근데 여기에 그치지않고 38편의 다양한 서평속에는 한 가지 일관된 기조가 흐르고 있습니다. 바로 저자가 이 서평집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려는 메세지, 바로 하드보일드의 세계와 정신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를 상당히 비관적, 부정적, 냉소적인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저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결코 아름답지도 친절하지도 않습니다. 고난과 역경에 처해도 누구 하나 손을 내밀지 않습니다. 그만큼 비정하고 냉정합니다. 그러한 철저히 고립된 비정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오로지 믿을건 자기 자신뿐이라고 역설합니다.

 

풀어 말하면, 바로 이러한 비정하고 냉정한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혼자 힘으로 갖은 역경과 고난을 꿋꿋하게 헤쳐나가는 것이야말로 하드보일드 정신, 하드보일드의 힘이라고 말합니다. 누구하나 믿을 이 없는 이 고독한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하드보일드의 정신과 힘을 일깨워주는 지침서 같은 얘기죠. 그러면서 저자는 소개하는 38편의 소설을 통해 코너에 몰린 약자인 주인공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기지와 힘으로 그러한 온갖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서평집은 장르소설을 단순히 표피적으로, 엔터테인먼트적 재미로만 읽는 저에게 장르소설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너른 통찰력을 가르쳐 줍니다. 확실히 '아는만큼 보인다'고 많이 알아야 그만큼 훌륭한 서평이 나오나 봅니다. 제일 인상깊은 구절은 바로 책 날개의 저자 소개에 있습니다. "주로 좋아하는 것을 읽고 보고 들으며, 가급적 좋아하는 것에 대해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이 얼마나 멋지고 당당한 삶일까요. 이게 바로 현사회를 생존해가는 저자만의 고유한 하드보일드 정신, 하드보일드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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