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
도바 순이치 지음, 나계영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가장 이상적인 스포츠는 심판의 역할이 최소화된 경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심판의 역할이 단순 조력자나 진행요원 수준에 그쳐야한다는 말이지요. 그런 면에서 (비록 인기는 많지만) 심판의 역할과 비중이 경기의 절대치(?)를 차지하는 야구와 축구등은 결코 이상적인 스포츠가 될 수가 없습니다.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는 투수의 투구를 인간인 심판의 눈으로 그 미세한 공 하나 차이를 일일이 스트라이크와 볼로 판정하는 것이 '신사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야구를 안합니다.(비가 많이 내려 안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심판이 경기중 감독들과 언쟁할 때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바로 "당신 어디서 야구했어?"입니다. 운동을 (부상등으로) 중간에 그만둬서 차선책으로(?) 심판이 된 사람의 상처와 자존심을 거드리는 비수같은 말이죠. 어쨌든 야구란 스포츠는 심판(특히 주심)이 시합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운동입니다. 그리고 이 책 『오심』은 바로 그러한 심판과 투수간의 고도의 심리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일본인 투수 다치바나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성공한 뒤 꿈에 그리던 미국 메이저리그에 데뷔, 보스턴 레드삭스에 둥지를 튼  메이저리그 1년차 투수입니다. 반면 고등학교와 대학교 직속 선배인 다케모토는 대학시절까지 천재 소리를 들었던 투수였지만 불운의 어깨사고로 낙마, 운동을 그만둔 뒤 도망치듯 미국으로 건너와 10년의 밑바닥 마이너 심판 생활을 견뎌내고 드디어 메이저리그 심판 데뷔를 합니다.

 

과거 학창시절 여자 문제 포함 갖은 악연으로 맺어진 두 일본인 선후배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투수와 심판이라는 각기 다른 입장에서 운명의 조우를 하게되는거지요. 후배 다치바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뿌리고 선배 다케모토는 주심을 맡아 후배의 투구를 매의 눈으로 판정합니다. 과연 다케모토 심판은 사심없이 객관적인 판정을 내릴까요 그리고 둘 사이의 점철된 악연의 고리는 어떤 결말을 불러일으킬까요.

 

한순간에 나락에 떨어진 뒤 겪은 갖은 시련과 고행의 세월을 보상받기위해 선수위에 절대적으로 군림하려는 비뚤어진 사고 방식의 심판 다케모토와 메이저리그 데뷔 1년차에 안정적으로 팀에 정착하려는 투수 다치바나의 불꽃튀는 심리전이 볼만합니다. 거기에 다치바나의 주변 인물들인 다혈질인 보스톤 감독과 에이스 투수, 아름다운 부인, 일본인 통역사와 에이전트, 기자 친구 그리고 다케모토의 심판장과 심판 위원등 생동감있는 주변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흡사 진짜 야구중계를 보는듯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섬세한 경기 장면의 서술은 긴장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고 선수와 기자와의 공생관계, 동료간의 미묘한 경쟁 심리, 매스컴을 대하는 구단의 태도, 늘 희생양을 찾는 열혈 지역 언론과 보수 팬들등 경기외적인 흥미진진한 얘기들이 넘쳐납니다. 보스톤 레드삭스, 뉴욕 양키스, 발티모아 오리올스, 시애틀 매리너스, 토론토 블루 제이스등 각 구장만이 갖는 역사와 특색을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에 펜웨이 파크, 그린 몬스터, 베이브 루스, 랜디 존슨등 실제 메이저리그 구장의 명소들과 유명 선수 이름이 등장해서 현장감과 사실성을 높여줍니다.

 

『 오심』은 책 마지막에 가벼운 미스터리 요소가 등장하지만 한마디로 본격 스포츠(야구) 엔터테인먼트 소설입니다. 도바 순이치는 생소한 작가입니다만 약력을 보니 추리, 경찰, 스포츠 소설등을 약 60여편이나 발표한 나름 중견 작가네요. 야구를 전혀 모르는 분이라면 사실 이 책을 즐기기가 조금은 어렵다는 생각입니다만 야구를 사랑하고 야구에 관한 기초 지식이 있으신 분이라면 본격 야구 소설로서의 재미를 충분히 만끽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스포츠계의 유명한 속설을 끝으로 글을 마칩니다^^

 

"오심(誤審)도 경기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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