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특급 하야부사 1/60초의 벽 요시키 형사 시리즈 1
시마다 소지 지음, 이연승 옮김 / 해문출판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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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최고의 일미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에서의 집요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형사 요시키 다케시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시마다 소지 작품은 크게 '명탐정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와 '형사 요시키 다케시 시리즈'로 나뉘는데 『점성술 살인사건』,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마신유희』등에서 보듯이 명탐정 미타라이 시리즈는 조금은 비현실적인 상황, 특수한 설정에서의 천재적인 탐정의 명석한 두뇌에 의존한다면 형사 요시키 시리즈는 지극히 현실적인 범죄를 주인공의 발로 뛰는 끈끈한 수사로 인간미 넘치게 그려낸다. 참고로, 작가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점성술 살인사건』은 1981년 ,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는 1989년, 이 작품은 1984년작이다.

 

고급맨션 욕실의 욕조에서 얼굴 가죽이 벗겨진 여성 피살체가 발견된다. 하지만 이 피해자의 사망추정시각을 추정한 결과 그녀는 놀랍게도 그 시각에 침대특급열차 하야부사에 타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과연 이 기괴한 사건의 진상은 무엇인가.

 

천재형의 미타라이 탐정과는 달리 요시키 형사는 그야말로 발로 뛰는 전형적인 평범한 형사이다. 수없이 탐문하고 조그만 단서라도 붙잡으려 기차를 타고 일본 전역을 누빈다. 욕실에서 살해된 피해자가 동일 시각 기차에 타고 있었다는, 독자를 확 끌어당기는 기발한 도입부를 시작으로 중반부에서는 피해자의 연고지를 찾아 홀로 탐문 수사를 떠나는 요시키 형사 단독으로 전개되는 고독한 수사 여정이 그려진다. 하지만 이 여행지마다 등장하는 섬세한 묘사들이 일본 지명에 낯선 국내 독자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는 의문이다.

 

작가는 트릭을 숨기고 다양한 복선을 배치하는데 신경쓰느라 주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구축에 소홀히 한다. 그들은 마치 기차 창문을 통해 휙휙 지나가는 전봇대마냥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인지 뒤로 갈수록 트릭의 실체와 사건의 진상에 대한 궁금증은 증폭되나 범인이 과연 누구인지 여부는 사실 별로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술술 재밌게 읽힌다. 특히 불가사의한 범죄 상황 설정으로 인한 초반부와 요시키 형사의 논리적인 추리가 빛을 발하며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후반부의 몰입감은 무척 뛰어나다. 신본격 추리의 대표주자답게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밝혀지는 트릭의 실체와 사건의 진상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반전과 숨겨진 이야기등은 독자를 놀래키기에 충분하다. 비록 작가의 대표작인 『점성술 살인사건』이나『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 정도의 깊이와 무게, 스케일과 완성도등에 비교되기는 어렵겠지만 시마다 소지 팬은 물론이고 본격 추리 매니아에게는 충분히 재밌고 만족스러운 작품이 되리라 생각한다.  

 

사족 1. 표지의 "요시키 형사 시리즈 ①"로 추측건데 해문에서 시리즈로 계속 나올 모양이다. 대환영!

사족 2. 이 책이 이 번역가의 역사적인(?) 첫 번역 작품이라고 한다. 건승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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