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8, 우연히 데이브 거니 시리즈 1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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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생 뉴욕 출신의 미국 작가가 쓴 추리소설. 처음에는 추리와 스릴러가 적절히 섞인 미스터리라 생각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클라이막스에 약간의 액션 장면이 있을 뿐 전체적으로 보면 현대판 추리소설이다. 그렇다고 여러 명의 용의자 중에서 진범을 밝혀내는 정통 후더닛 스타일의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이 책을 흥미롭게 하는 것은 아래 세 가지이다.

1) 1부터 1,000 사이의 숫자중에 범인은 피해자가 생각한 658이란 숫자를 어떻게 맞혔나?

2) 마찬가지로 범인은 피해자가 즉흥적으로 고른 19란 숫자를 또 어떻게 맞혔나?

3) 그리고 범인은 누구인가.

 

 

일단 시작은 좋다. 피해자가 아무렇게나 생각한 숫자를 놀랍게도 알아맞히며 살인을 암시하는 범인으로 인해 책 초반부에 독자의 시선을 확 잡아끈다. 하지만 첫 사건이 터지기전까지 주인공의 가족 및 (피해자 포함한) 주변 인물 관계 등의 기본 토대를 구축하는데 너무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속도감이 나질 않고 자칫 지루해질 찰나 첫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이 연쇄 살인으로 발전하면서 이야기는 어느 정도 속도감을 회복한다. 거기에 눈 덮인 사건 현장에서 뜬금없이 중간에 사라지는 범인의 발자국 등 독자에게 추리적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요소도 많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조금 아쉽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인 전직 형사의 시각과 관점으로만 진행되는 전개는 다소 전형적이고 단조롭다. 사건의 본질과 별 상관없는 주인공과 그의 부인과의 사소한 집안 일에 관한 밀고 당기는 무미건조하고 냉랭한 대화들은 때론 짜증을 유발한다. 이 부분을 과감히 축소시켜 585쪽이나 되는 거대한 분량을 확 줄였으면 좀 더 스피디하고 몰입감있는 전개가 되지 않았을까. 주인공과 대립각을 일으키는 로드리게스 반장 캐릭터 역시 다소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러운 설정이라는 느낌이 들고... 

 

아무렇게나 생각한 세 자리 숫자를 맞힌다는, 확률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숫자 놀이 트릭을 이용해서 한 편의 추리 드라마를 만들어 낸 작가의 기발한 발상은 나름 박수받을만 하다. 그것이 꼼수였건, 경탄을 자아낼 정도의 정교한 트릭이었건간에. 585쪽 두툼한 분량에 비해 구성이 단조롭고 속도감도 보통이지만 무난하게 즐기며 읽을 수 있는 현대판 추리소설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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