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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방의 비밀
가스통 르루 지음, 양혜윤 옮김 / 세시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하도 어릴 적에 읽었던지라 범인外에는 스토리 자체가 전혀 기억에 없는 <노란 방의 비밀>이 2011년 9월 세시출판사란 곳에서 제대로 된(?) 판형과 글씨로 출간됐기에 구매해서 읽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책은 <오페라의 유령>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가 1907년에 발표한, 세계 최초로 밀실 미스터리를 다룬 '밀실 트릭의 바이블'로 통하는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입니다. 한마디로 세계 10대 추리소설안에 드는 걸작이죠.
유명한 과학자인 스타제르송 박사의 딸이자 조수인 마틸드 양은 아빠와의 연구를 끝내고 실험실에 붙은 노란 방에 자러 들러갑니다. 하지만 몇 분 후 그 노란 방에서 딸의 살려달라는 비명과 총소리가 들리고...다급한 아빠와 일꾼 영감이 잠긴 문을 부수고 들어가니 목을 졸리고 관자놀이를 얻어맞아 피투성이가 된 딸이 바닥에 쓰러져 있을 뿐 범인은 오간데 없습니다. 피묻은 손자국과 의문의 발자국 그리고 쓰러진 가구들...문과 창문이 모두 잠긴 밀실에서 과연 범인은 어디로 들어왔다가 어떻게 사라진 것일까요.
생클레르라는 초보 변호사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화자역을 맡고, 사건을 풀어가는 탐정역의 주인공은 조셉 룰르타뷰라는 이제 갓 수습 딱지를 뗀, 18세의 엣되지만 추리 능력이 비상한 에포크지 청년 기자입니다. 여기에 룰르타뷰의 라이벌격인 파리 경시청 형사 프레드릭 라르상이 등장, 두 사람간의 불꽃튀는 수사 대결을 보여줍니다. 형사 라르상이 철저한 현장 감식과 수집된 증거로 범인을 추적하는 발로 뛰는 스타일이라면 주인공 룰르타뷰 기자는 확고한 논리와 비상한 추리로 범인을 찾아내는 머리를 쓰는 탐정 스타일로 두 사람의 추리 대결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피해자인 딸과 그 아빠 그리고 그녀의 약혼자를 중심으로 그 성을 관리하는 자크 영감, 문지기 부부, 산지기, 여인숙 주인 부부등 주변 사람들의 각종 이해 관계가 다양하게 얽혀있는 가운데 밀실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연이어 두번째, 세번째 사건이 발생합니다. 성 안의 2층 복도에서 네 사람에 의해 쫒기다 바로 눈앞에서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범인, 총에 맞아 죽은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뒤바뀐 시체등 첫번째 밀실 사건만큼이나 흥미진진하고 불가사의한 사건들이 잇따르며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세계 최초의 밀실 미스터리라는 소재와 더불어 그 완벽한 스토리 전개와 철저한 사건 해결의 논리성에 있습니다. 등장 인물들의 모든 행동과 대사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고 거미줄처럼 얽힌 모든 의문스런 에피소드들이 마지막에는 실타래 풀 듯 자연스레 하나의 결말로 완벽하게 해결됩니다. 밀실 사건에 굉장한 뭔가가 있을 거라는 인간 심리의 맹점을 교묘히 이용한 트릭, 예상치 못한 범인과 그 동기성, 마지막 법정에서 주인공 룰르타뷰에 의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논리정연하게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과 범인 그리고 그 와중에 피해자와 그 관계자들의 명예를 생각해 주는 신사적인 배려까지...
지금으로부터 100여년이 지난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그 명성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노란 방의 비밀>은 역대 최고의 탐정소설이다"라는 존 딕슨 카의 말이 허언이 아니더군요. 과연 명불허전입니다. 별 다섯 개 만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