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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구라치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구라치 준 (1962년생)이라는 작가가 1996년 발표한 클로즈드 써클을 테마로 한 본격 미스터리 작품입니다. 제50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 부문 후보,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에 올랐네요.
눈덮인 산장, 끊어진 도로, 터지지 않는 핸드폰, 기상 악화 그리고 제한된 등장 인물...이 책은 외부와 철저히 고립된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전형적인 클로즈드 서클 형식의 본격 추리물입니다. 일부에서는 이 클로즈드 서클이 이제는 진부한 테마라 하지만 저는 클로즈드 써클이야말로 본격 추리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좋은 무대라서 선호합니다. 물론 훌륭한 무대 연출은 작가의 역량에 달렸고요.
아홉 명의 등장인물, 탐정 하나, 조수 하나, 희생자 두 명, 남은 사람 다섯 명...범인은 과연 누굴까요...부동산 개발 회사 사장의 초대에 의해 소풍가는 기분으로 모인 손님들인지라 책 초반부는 가볍고 경쾌하게 흘러가지만 간간히 등장하는 관리동의 약도나 산장 배치도 등에서 서서히 추리소설의 긴장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손님중에 자칭 아마추어 탐정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본격 추리 형태를 띱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가서는 범인을 색출해 내기위한 그야말로 화려한 논리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일단 하나의 확실한 명제를 세우고 거기에 소거법을 적용, 한 명씩을 제외해서 범인에 다다르는 방식인데, 그 명제의 진위 여부를 떠나, 또는 다른 더 좋은 (적용 가능한) 명제가 있나 생각해 볼 여유도 없이 그 논리정연한 서술을 같이 추리하며 정신없이 쫒아가다보니 본격 추리의 묘미에 흠뻑 빠지게 되더군요. 거기에 뒤통수를 칠 정도의 반전도 훌륭했고요.
오랫만에 제대로 맛 본 클로즈드 써클을 테마로 한 본격 추리물이었습니다. 일전에 동일 출판사에서 출간한 돈많은 형사 이야기로부터 받은 낭패감을 이 책에서 한순간에 만회한 기분입니다. 하지만 단 한가지, 반칙성 멘트그 부분은 '옥에 티'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