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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살인
코바야시 야스미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코바야시 야스미라는 작가의 작품입니다. 1962년생으로 오사카 대학원 전기공학 박사출신이네요. (히가시노 게이고도 오사카 대학 전기공학부 출신인데 그러면 동문?) 일본호러소설대상 단편상, SF매거진독자상등의 수상 경력과 일본SF대상 후보작 출품등 과학자의 지식과 관점을 녹여낸 호러나 SF물을 주로 써온 작가입니다. 이 미스터리 작품 <밀실 * 살인>은 1998년 집필, 2001년 출간되었네요.
간단한 줄거리를 보면...탐정사무소에 근무하는 여성 조수는 아들의 살해 혐의를 벗겨달라는 노부인의 의뢰를 받고 사건 현장인 아지 산의 별장에 도착합니다. 근데 사건이라는게 애매합니다. 피살자가 마지막으로 사라진 방은 문과 창문이 모두 잠긴 밀실로 드러났는데 피살자는 엉뚱하게도 별장 외부 연못에서 죽은 채로 발견됩니다. 밀실과 사건이 따로 일어난 것이지요. 그래서 제목이 '밀실살인'이 아니고 '밀실 * 살인'입니다. 과연 이 사건은 자살, 살인, 사고중 무엇이며 만약 살인이라면 범인은 누구일까요.
이 책은 일반 본격 추리물과는 조금 다르게 다양한 장르가 섞여있습니다. 기본 얼개는 사건의 진상를 밝히고, 만약 살인이라면 숨겨진 트릭을 찾아내 범인을 색출하는 본격 추리물 형태지만 그 전개 과정에는 코믹(시트콤), 괴기(요괴), 전설, 호러, 환상 등 다양한 장르가 등장합니다. 마치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가와 도쿠야, 미쓰다 신조, 교고쿠 나츠히코 등을 조금씩 섞어놓은 느낌입니다. 책 초반부 탐정과 여조수의 대화는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코믹 시트콤을 보는 듯하고, 간간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갈릴레오 시리즈같은 과학적 지식도 열거되며, 아지산 신사의 전설이나 배경, 요괴가 등장하는 민속화 등에서는 미쓰다 신조나 교고쿠 나츠히코의 으스스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장르의 혼용이 소설의 재미를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일관된 책의 분위기를 해쳐 몰입을 방해하는 독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탐정은 얼굴이 알려져서는 안된다"는 희안한(?) 논리를 앞세워 여성 조수를 선발대로 현장에 투입하고는 본인은 뒤에서 원격조정으로 수사를 지휘하던 탐정은 마지막에 사건 당사자들을 모두 별장에 불러놓고는 이 의문의 사건의 실체를 밝혀냅니다. 동기라던지, 사건의 디테일한 진행 과정을 따져보면 '과연 가능할까?' 라는 의문스러운 부분들도 보이지만 그래도 본격 추리물답게 트릭도 괜찮았고 결말도 깔끔하게 정리되는 편입니다. 게다가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예상치 못한 반전도 준비되어 있구요.
하지만 다양한 장르가 혼재돼 있어서 그런지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가 톱니바퀴 아귀가 안맞는 것처럼 다소 부자연스럽게 흘러가서 때론 속도감을 더디게 하고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기도 합니다. 기차안 노인분들의 전설, 괴담에 관한 얘기라던지, 아지산 신사의 역사와 배경 등이 충분한 복선으로 사용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생기고요. 세부적으로는 일개 개인 별장의 방문마다 카드키를 사용한다는 설정도 그렇고...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별장 2층 평면도와 주변 지형도를 첨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그러면 사건 진상을 눈치채는 독자가 있어 일부러 배제했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암튼 '밀실'과 '살인'을 다룬 트릭과 반전 부분은 나름 괜찮았지만 코믹부터 호러까지 여러 장르의 혼용과 전설, 괴담, 환상등 다양한 소재 사용으로 인한 극 분위기의 편차가 심해 전체적인 긴장감, 몰입도, 속도감, 재미 모두 중간 정도였습니다. 등장 인물들이 다시 나오는 2편이 내년 초에 출간된다고 하니 좀 더 기대를 해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