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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놀이 ㅣ 펜더개스트 시리즈 2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살인자의 진열장>이 2002년 작품이고 이 책이 바로 다음해 2003년에 출간됐으니 이렇게 완성도 높은 작품을 1년 만에 내놓은 두 작가의 역량이 놀랍기만 합니다. 원제가 Still Life with Crows인데 그러면 '까마귀가 있는 풍경(정물화)'이란 뜻인가요? 그것보다는 공포와 미스터리 느낌이 물씬 나는 <악마의 놀이>가 나은 것 같기도 합니다.
캔사스주 매디슨크릭이라는 작은 마을의 거대한 옥수수밭에서 발견된 잔인하게 훼손된 피살체. 그리고 이어지는 엽기적인 연쇄살인. 인구수 325명의 그야말로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 한순간에 공포의 마을로 변합니다. 매디슨크릭 보안관은 살인의 동기가 캔사스 주립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변형 옥수수 실험 프로젝트의 최종 후보지인 두 곳 매디슨크릭과 디퍼 마을간의 이권 다툼쪽에서 그 실마리를 찾으려는 반면, FBI 특별수사관 팬더개스트는 범인이 지역 주민이라는 믿음 속에 과거에 행해졌거나 내려오는 매디슨크릭 대학살과 45인의 저주등 사건과 신화를 토대로 지역 탐방을 하며 범인 추적에 나섭니다.
<살인자의 진열장>에서 첨으로 접한 주인공 팬더개스트. 첫 만남에서부터 비호감이었는데 이 책 역시 그 비호감의 범주를 넘지 얺습니다. 8월 초 섭씨 37도의 땡볕인 시골 마을에 상복 느낌의 위아래 검정 양복으로 코디하고 홀연히 나타난 것으로 시작해서 깡마른 체구에 하얀 피부, 무표정한 얼굴, 감정이 배제된 낮은 목소리...저승사자가 따로 없습니다. 모든 것을 알고 있고, 그 어떤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고, 자기 할말만 하고, 롤스로이스 타고 다니고, 동료 수사관에게 한없이 까칠한 정말 비현실, 비호감 캐릭터입니다. 이번에도 아니나 다를까 <살인자의 진열장>에서 보여준 과거를 내다보는 천리안을 십분 발휘하는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주는군요. 그것이 일반 스릴러물과 차별되게 초현실 세계와 접목시키는 팬더개스트 시리즈만의 묘한 매력이 아닌가 하는 긍정적인 생각도 해봅니다.
한 페이지 26줄, 650여 페이지의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딱히 지루한 부분없이 술술 재밌게 책장이 넘어갑니다. 잔인하게 신체가 훼손되는 엽기적인 연쇄살인에 신화, 전설, 저주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덧대어 공포감과 신비감이 조성되는 가운데 팬터개스트와 그의 여고생 조수와의 활약, 거기에 반해 다른 시각으로 활동하는 매디슨크릭 보안관 나름의 수사 장면 등 다채로운 이야기거리가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더군요. 마지막 동굴씬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 스릴러물의 정수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결말 부분에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와 동기 그리고 배후 인물까지....한마디로 책 뒤표지 소개처럼 완성도 높고 잘 쓰여진 '웰메이드 미스터리 스릴러'였습니다. 조만간 팬더개스트 3탄이 국내에 출간된다고 하니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 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