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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접하면서 제목이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인지라 평소 접해왔던대로 비밀스런 장치가 있는 복잡한 구조의 저택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탐정이 등장해서 범인을 찾아내는 전형적인 플롯의 본격 추리소설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띠지에 적혀있는 "완벽하게 속일", "반드시 다시 읽게 되는"등의 자극적인 문구가 '또 뭔가가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호기심과 기대감을 증폭시켰구요. 책을 펼침과 동시에 옆에 메모장을 두고는 등장인물 일일이 적고 2층 평면도도 옮겨 그리는등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한자한자 정독해서 읽었습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는 저택에 사람이 모여들고 살인사건이 생기고 경찰이 등장해서 범인을 색출하는 본격 추리소설의 전형적인 플롯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죠. 중요한 것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트릭인데 이 트릭은 전혀 전형적이지 않습니다. '변칙의 끝'이 라고나 할까요.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고개가 갸우뚱거리고 의문스런 부분들도 여러 곳 있었지만 별 생각없이 넘어가다가 결국 막판에 한 방 크게 먹는군요. 완전히 속았습니다. 그동안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많은 트릭을 접해 보았지만 이런 스타일의 트릭은 또 첨이네요. 역시 IQ 178의 천재 작가가 쓴 작품답습니다. 하지만 그 속음에 대한 여운은 유쾌함 반, 찝찝함 반입니다.
저는 이 책에서 제일 맘에 드는 점이 그 기막힌 트릭에도 있지만 오히려 연달아 발생하는 사건의 논리적인 진행과 그 명쾌한 해결, 해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트릭 한가지에만 집중했다면 점수가 깍였을텐데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인 트릭의 역할과 사건이 발생해서 진범을 밝혀내는 본격 추리소설의 재미가 잘 연계돼서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암튼 진범의 정체와 트릭의 실체를 찾아내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근래 읽은 미스터리 작품중에 몰입감은 최고였습니다. 책을 다 읽고 복기 차원에서 의문스러웠던 중요 부분을 다시 천천히 읽으니 그게 더 쏠쏠하니 재밌네요.
마지막 사족을 붙이면 위에도 언급했지만 역시 정공법이 아닌 극한의 변칙적인 방법에 의한 속음이라 일말의 찝찝함은 남습니다. 흡사 반칙패를 당했다고나 할까요. 이런 스타일의 추리소설을 읽는 것도 나름 즐거운 경험이겠지만 그래도 정공법에 이은 유쾌한 속음, 깨끗한 패배가 보다 뒤끝이 없고 상큼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