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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자살 ㅣ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도진기 지음 / 들녘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편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에는 좀 실망했지만 1편 <붉은집 살인사건>을 넘 재밌게 읽었던지라 3편 <정신자살>이 출간되자마자 바로 구매해서 읽었습니다. 책을 펼치기 앞서 "오답률 100퍼센트에 도전한다", "혼신의 본격 추리소설"이라는 띠지 문구가 벌써부터 저를 흥분시키더군요.
간단한 줄거리를 보면...1년전 가출한 아내로 인해 삶의 미련을 놓으려는 한 남자가 정신자살연구소란 곳을 찾아가면서 사건은 발생하는데...아내의 불륜으로 시발된 이야기는 과거 사건과 현재 사건, 정신자살 연구소등을 축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일단 440여 페이지 아니, 글자가 작고 빽빽해서 (<제물의 야회>, <죽음의 샘> 생각하시면 됩니다^^) 500여 페이지쯤 되는 분량이 지루하거나 재미없는 부분없이 시종일관 긴장감 있고 흥미롭게 넘어갑니다. 그렇다고 문장이 쉽고 내용이 단순해서 술술 넘어가는 것도 아닙니다. 요소요소에 사건이 터지고 복선이 배치되고 트릭이 만들어지면서 독자의 두뇌 활동을 자극합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진행되다가도 고진 변호사와 류 마담의 밀당같은 야릇한 분위기로 한 템포 쉬어가는 것도 잊질 않습니다.
살아있는 입체적인 생생한 캐릭터 역시 이 책의 또다른 매력입니다. 전작들을 통해 우리에게 익히 친숙해진 능글능글하고 음습한 고진 변호사와 우직하고 반듯한 이유현 경감을 필두로 정신자살 연구소장 이탁오 박사를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 있습니다. 또한 마담 류경아는 진지하게만 흐를 수 있는 분위기를 감초 역할을 통해 균형있게 잡아줍니다.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2편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에서 실망한 제일 큰 이유가 평균 교육을 받고 보편타당한 지식과 상식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보통사람의 지식 밖에 있는 (범주를 넘어선) 내용이 나와서인데 이 작품에도 그러한 것들이 결정적인 장면에서 두 번이나 등장합니다. 제가 무지해서인지 아니면 반칙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결말 부분이 충격적이면서도 혼란스럽습니다.
또한 도면을 두 번씩이나 등장시켜 트릭에 대한 기대감이 컸는데 결과는 허탈한 웃음만 자아내게 합니다. <붉은집 살인사건>만 못합니다.
그리고 제목이 정신자살이고 정신자살연구소가 주요 소재로 등장해서 치료요법등 이 부분이 이야기의 핵심을 차지할 줄 알았는데 사실 그 역할은 그렇게 크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트릭의 완성도와 단순히 추리소설적 재미로만 봤을 때는 1편 <붉은집 살인사건>이 더 아기자기하고 재밌기도했지만 작품의 퀼리티와 완성도, 깊이, 전체적인 이야기 구성, 스케일 등 종합적인 면에서는 <정신자살>이 전작들보다 한층 진일보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대단히 만족한, 책 값이 아깝지 않은 국내 본격 추리소설입니다.
최소한 별 네개 반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