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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유전자
톰 녹스 지음, 이유정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카인의 유전자>는 데뷔작인 <창세기의 비밀>에 이은 20년 경력 기자 출신 작가의 두번째 작품이다.2010년 발표된 작품이 바로 다음해 2011년 국내에 출간됐으니 그야말로 빛의 속도.
먼저 이 책의 장르를 논하라고 하면 '역사추리 액션 어드벤처물'이라고 해야겠다.
한마디로 전세계를 강타했던 <다빈치 코드>와 유사한 포맷이다.
이 책은 우월한 인종은 존재하는가?라는 우생학을 기반으로 핍박받은 소수민족인 스페인 북부 바스크족과 프랑스 남부 카고족을 배경으로 홀로코스트로 대표되는 히틀러 치하 독일 나치의 만행을 종교와 유전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책을 펼치기 전 '홀로코스트에 숨겨진 유전자의 비밀을 밝힌다'는 띠지 문구가 주는 지적 호기심과 더불어 너무 난해하고 어려운 내용이면 어쩌나?하는 두려움과 580여 페이지의 두툼한 책의 무게감에 위압감을 느끼기도 했지만...그것은 기우였다. 이미 이 작품이 영화화가 결정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주제는 무겁고 심오하지만 그 풀어가는 내용은 매우 흥미진진하며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물론 스페인 바스크 지방, 프랑스 카고 마을, 아프리카 나미비아를 관통하며 등장하는 낯선 지명 이름과 유래, 풍습, 언어들 그리고 유전학과 관련된 각종 전문적인 지식과 이론, 창세기부터 나찌 치하까지의 카톨릭 교회의 역할을 포함한 유럽 역사의 이해등이 때론 속도감을 더디게 만들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다빈치 코드나 007 영화 보는 식으로 스피디하고 스릴감있게 진행된다.
이 책은 두 주인공의 교차 서술로 진행된다. 미국인 변호사 데이비드가 할아버지의 유언의 따라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을 찾아 현지에서 만난 아름다운 여성 에이미의 도움으로 돌아가신 부모님의 족적과 지도의 비밀을 추적하는 과정과 프리랜서 범죄 전문 기자 사이먼 퀸이 잔혹할리만큼 엽기적인 노인 연쇄 살인사건을 취재하는 걸로 교차 진행된다.
단지 아쉬운 점은 플롯의 약함이다. 주인공 데이비드의 조력자로 죽을 고생 다하며 수수께끼를 함께 풀어가는 에이미양이 생면부지의 주인공과 의기투합하는 당위성은 그렇다쳐도 지도의 숨겨진 비밀과 잔혹하고 엽기적인 연쇄 살인사건으로 초반부 독자의 흥미를 잔뜩 불어넣어준데 반해 (스포일러라 말은 못하겠지만) 마지막 드러난 결말의 임팩트나 어드벤처물이 갖는 라스트 액션신의 비장함등은 다소 기대에 못 미친다.
남녀 주인공의 도망과 그를 쫒는 한무리 일당이라는 설정은 너무 흔해빠진 헐리우드의 전형이 아닌가 싶고 전세계적으로 히트한 다빈치 코드가 이쪽 역사추리 분야에서 이제는 하나의 스탠다드 플롯으로 굳어진게 아닌가 하는 씁쓸함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작가의 두번째 작품이다. 기자 출신 작가답게 종교, 역사, 과학등에 대한 방대한 취재와 정보 수집에 감탄하며 단지 그것을 독자의 입맛에 맞게 잘엮어가는 플롯에만 조금 더 신경을 쓰면 더욱 멋진 후속 작품이 나오리라 기대한다.
추신) 이 책에는 유전학 및 소수 집단의 역사, 풍습, 언어등에 관련된 무수한 주석이 페이지 하단을 빽빽히 장식한다. 번역하고 주석다느라 고생한 역자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