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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의 아이 : 상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더픽션 / 2026년 8월
평점 :
현직 내과 의사이자 작가인 치넨 미키토는 이야기의 스펙트럼이 넓다. 기본은 의학 미스터리인데 <가면병동>, <시한병동>에서는 폐쇄 공간에서의 스릴러적 긴장감을 잘 살렸고, 데뷔 10주년 기념작인 <유리탑의 살인>은 본격 추리로서의 재미와 완성도가 뛰어나다. <살인의 이유>와 <종이학 살인사건>을 보면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드라마적 색채가 강하다. 최근에 '모큐멘터리 호러'라 불리는 <열람 엄금>을 읽었는데 현대 사회의 디지털 범죄를 짧지만 강렬하게 잘 표현했다.
<몽환의 아이>는 의학과 판타지가 어우러진 기묘한 '꿈속' 미스터리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미스터리가 적당히 가미된 환상 모험 (판타지 어드벤처) 소설이다. 장기간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의 꿈속에 침투해서 그 환자의 과거 기억을 통해 상처를 치유, 현실에서 깨어나게 하는 의사의 꿈속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의사의 이름은 시키나 아이. 즉, 책 제목의 <몽환의 아이>는 주인공 여의사를 일컫는 말이다.
영능력자인 친할머니로부터 '유타'라는 특수한 치료 능력을 물려받은 주인공 여의사 아이는 타인 (사다칸마리) 에게 마부이 (영혼과 같은 존재)를 빨려 장기간 깊은 잠에 빠져 꿈속을 살아가는 '이레스' 환자의 꿈속에 들어가 그들이 꿈꾸는 몽환의 세계에서 마부이의 분신인 '쿠쿠루'를 찾아내 그 환자의 과거 기억으로부터 절망의 원인을 파악하고 치유해 현실에서 깨어나게 하는 '마부이구미' 의식을 거행한다.
여기에 현재 도쿄 서부에서 발생하는 연쇄 무차별 살인사건이 등장한다. 그리고 주인공 아이를 평생 트라우마로 괴롭히는 이십삼 년 전의 유원지 대량 학살 사건이 있다. 주인공이 세 명의 환자의 몽환의 세계를 모험하며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그들 간의 연결 고리를 발견하고 이것이 현실의 하나의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작가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특정 인물들의 신원을 의도적으로 꽁꽁 숨겨 독자의 호기심을 극대화한다. 어찌 보면 fair 하지 않은 방법이지만...
특별 병실에 누워있는 네 번째 이레스 환자는 누구인가?
구메에게 살해당했다는 중년 남자는 누구인가?
이십삼 년 전 대량 학살을 일으킨 당시 미성년자 일명, 소년 X는 누구인가?
몽환의 세계에서는 다양한 위기를 헤쳐나가는 모험과 서스펜스가 펼쳐지고, 찾아낸 환자의 쿠쿠루를 통해 환자의 과거를 들여다볼 때는 휴머니티 가득한 드라마 색채를 띤다. 각각의 환자를 절망으로 이끈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정통 추리의 치밀한 논리를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판타지라는 특수 설정에 의학 지식을 기초로 한 모험과 액션, 추리와 미스터리, 드라마와 휴머니티 등 다양한 장르가 섞인 종합 선물 세트랄까.
그렇게 '이레스' 환자를 한 명씩 깨어나게 하는 아이의 활약이 이어지다가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 등장한다. 어안이 벙벙해진다. 3대 기서로 유명한 <도구라 마구라>의 현대판 버전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난해한 영화 <인셉션>이 생각나기도 한다. 아니면, 독자인 내가 몽환의 세계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꿈과 환상이라는 몽환적인 꿈속의 세계. 그 세계를 모험해서 환자를 치유하는, 그러나 정작 자신은 한없는 고통과 트라우마로 살아가는 주인공 아이. 그 저변에 깔려있는 가족애와 무한한 사랑... 다분히 여성 취향적 기조의 <몽환의 아이>는 치유 미스터리, 힐링 미스터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