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괴이 비채 미스터리 앤솔러지
조영주 외 지음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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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추리작가 여섯 명의 미스터리 앤솔러지 단편집.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사건'이라는 미제 사건을 소재로 여섯 명의 추리작가가 각자 그만의 주제 의식과 장르적 기법으로 사건의 실체에 접근한다.

책을 읽어보니 장르의 구성이나 기법이 어떡하든 여섯 작가가 공통적으로 구상하고 전개하려는 핵심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이다. 동기와 방법. 과연 무슨 이유로 스스로 (자살이라 가정하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에 이르게 됐는가? 바로 동기이고, 또 하나는 과연 혼자의 힘만으로 십자가에 매달려 스스로 옆구리를 칼로 베고, 양손, 양발에 각각 대못을 때려 박아 과다 출혈로 죽을 수 있느냐? 방법의 문제이다.

동기를 풀어가는 면에서 여섯 작가의 강한 개성이 드러난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사건이라면 자연스레 예수가 연상되고 그것은 저절로 종교적 이미지로 귀결된다. 그래서 대부분 단편이 동기의 출발점을 종교적인 이유나 배경에서 찾는다. 고난의 증표, 숭고한 희생 등등 .. (솔직히 나는 무교이며 종교에 아무 관심이 없다. 그래서 종교 얘기만 나오면 지루해진다.)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몇몇 단편들에서 혼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절차를 아주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과연 그게 현실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심리 사이코 미스터리인 조영주 작가의 <영감>은 주인공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만큼이나 나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박상민 작가의 <그날 밤 나는>은 억울하게 딸을 잃은 아빠가 소기의 목적을 가진 비밀 결사 단체를 알게 되고 종교의 힘을 빌려 십자가 사건을 일으키는 과정을 담담히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전건우 작가의 <도적들의 십자가>를 제일 재밌게 읽었다. 디스마스와 게스타스를 찾는 작가의 기행과 편집자의 섬뜩한 모험을 스릴감 있게 그려낸다. 결말도 임팩트가 좋다. 주원규 작가의 <십자가의 길>은 조력자의 등장이 포인트이고, 김세화 작가의 <엘리 엘리 ~>는 두 건의 십자가 사건으로 파생되는 제3의 사건을 다룬다. 차무진 작가의 <파츠>는 종교적인 관점에서 '파츠'라는 새로운 인물과 역할이 등장하는 SF물이다.

<십자가의 괴이>는 무척 특이한 미스터리 단편집이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범상치 않은 사건... 밝혀지지 않는 동기와 배경... 하나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여섯 개의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해서 풀어놓는 스토리가 흥미로웠다. 색다른 경험을 한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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