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박물관 붉은 박물관 시리즈 1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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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이를 깨드립니다><왓슨력>을 읽고 작가의 내공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데 이번 <붉은 박물관>을 읽으니 그런 생각이 더욱 견고해졌다. 일단 작가의 머리가 비상하다. 이 정도로 이야기를 구상, 직조해서 반전을 끌어내는 게 쉽지만은 않을 텐데.... 단순히 범인의 정체나 트릭 한두 개가 아닌 이야기의 전체 구조를 뒤집는 방식으로 반전을 끌어내는 기교가 놀라울 따름이다.

미제 사건이던 기결 사건이던 이미 과거에 종결된 사건을 당시의 증거 자료와 수사 일지만 보고 의혹을 찾아내서 재수사를 통해 (부하 사토시 경사의 탐문 수사 등 보강 작업이 병행) 사건의 숨겨진 진상을 밝혀내는 '붉은 박물관' 여성 관장의 날카로운 혜안과 신들린 추리가 감탄을 자아낸다.

수록된 다섯 개의 단편 중에서 몸값을 지불하는 과정에서의 예상치 못한 트릭이 빛을 발하는 <빵의 몸값>이 깔끔하니 제일 재미있었다. 일가족 독살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불길>도 재밌었고, 두 가지 정황 증거만으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복수 일기>와 교환 살인을 소재로 한 <죽음이 공범자를 갈라놓을 때까지>도 괜찮았다. 하지만 너무 완벽한 논리의 장황한 설명에 치중하다 보면 재미라는 추리소설 본연의 맛이 퇴색되기도 한다. 그 예가 바로 마지막 단편 <죽음에 이르는 질문>이다. 어찌 됐건 수십 년 전 사건의 숨겨진 진상이 재수사를 통한 관장의 신들린 추리로 새롭게 드러나는 다섯 가지 반전의 묘미를 흥미롭게 감상했다. 조만간 붉은 박물관 두 번째 이야기인 <기억 속의 유괴>도 출시된다고 하니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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