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 동화와 본격 미스터리의 결합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역시 시체가 있었습니다 ㅣ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2월

전래 동화에 본격 미스터리 트릭을 결합한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를 무척 재밌게 읽은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후속작이라니... 작가의 전작을 읽고 그 기발한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노련한 필력에 감탄했다. 특수 설정이 빛나는 엄지 동자와 용궁 밀실의 단편들도 뛰어났고, 도치 서술로 독자를 깜빡 속이는 <도서 갚은 두루미>의 놀라운 트릭은 지금까지도 최고의 단편으로 남아 있다.

이번 후속작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역시 시체가 있었습니다> 역시 전래 동화를 범죄로 비틀어 본격 미스터리의 다양한 트릭을 결합한 다섯 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대나무에서 태어난 이상한 여자 아이와 신비한 보물이 등장하는 <죽세공 탐정 이야기>에서는 밀실 살인을 파헤치고, 타임 루프의 시간차 트릭을 이용한 <일곱 번째 데굴데굴 주먹밥>에서는 금은보화를 노리고 범쥐(살인을 저지른 쥐)를 추적하는 욕심 많은 노인의 개고생담이 펼쳐진다.

한 사나이가 각자 다른 사람에게 세 번 살해되는 불가능 범죄를 다룬 <볏짚 다중 살인>에서는 경악스러운 반전과 함께 놀라운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다. 교환 살인 제의에 앞서 '내가 죽여줬으면 하는 녀석을 맞혀 보라'라는 <원숭이와 게의 싸움 속 진실>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는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한다. 네 번째 단편과 이어지는 <사루로쿠와 보글보글 교환 범죄>에서는 원숭이 탐정이 등장해서 교환 살인에 의한 밀실 살원(殺猿) 사건의 범인을 추적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아주 만족스럽게 읽었다. 수록된 다섯 편 모두 재밌다. 처음 두 단편이 몸풀기라면 나머지 세 단편은 본 게임이다. 확실히 작가는 전래 동화에 특수 설정을 입히고 다채로운 트릭과 반전의 묘미를 더해 재미난 추리 단편을 쓰는데 일가견이 있다. 하지만 그 설정이 때론 과하면 (너구리의 둔갑술 같은) 논리적인 풀이 과정의 재미를 갉아먹을 수도 있다. 역자 후기를 보니 현지에서 피노키오가 조수로 등장하는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 2>가 곧 출간된다고 하니 국내에서도 조만간 만나보리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