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 추리의 묘미 !

왓슨력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5월

자신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의 추리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니... 그것도 명탐정 홈스나 푸와로 수준으로... 무척 재미나고 신선한 발상이다. 경시청 수사 1과 강력계 형사 와토는 평범한 경찰이다. 하지만 그가 가진 신비한 초능력인 '왓슨력'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의 두뇌는 홈스처럼 풀가동된다. 정작 보통 머리의 주인공 와토는 그저 탐정 보조, 방청객 수준에 머물고...

그런 와토가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알 수 없는 밀실에 감금된다. 와토는 자신이 비번일 때 또는 햇병아리 파출소 근무 시절, 자신의 왓슨력이 발휘된 일곱 개의 사건을 회상하며 납치범의 정체를 추리한다.

다섯 편의 단편은 클로즈드 서클이 배경이다. 눈 내린 산장, 정전된 미술관, 비바람치는 섬의 별장, 비행하는 기내, 달리는 고속버스... 각각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왓슨력'에 의해 와토를 제외한 사건 관계자 (심지어 범인 포함 ^^) 모두 홈스가 되어 열띤 추리 대결을 펼친다. 가설 위에 새로운 가설이 등장하고, 거기에 또 다른 가설이 반박하고... 다양한 추리를 접하며 머릿속으로 음미, 검증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야말로 다중 추리의 향연이자 묘미이다.

개인적으로는, 신선한 트릭이 인상적인 <붉은 십자가>와 눈 내린 건축 현장의 불가능 살인을 그린 <눈 내리는 날의 마술> 그리고 사라진 연극 대본의 범인을 맞히기 위한 신들린 추리가 빛을 발하는 <탐정 대본>, 이 세 편이 제일 재밌었다. 물론 나머지 단편들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자랑한다. 특히 <불운한 범인>편에서는 버스 납치범이 승객들 감시하랴, 머릿속으로 살인사건 범인 추리하랴 정말 코미디이다 ㅎ 마지막 장, 의문의 밀실에 갇힌 주인공이 탈출하는 에피소드는 다른 사건들에 비해 다소 싱겁다. 그냥 애피타이저 정도로 보면 될 듯...

정작 주인공은 평범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추리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는 기발한 설정하에 사건 관계자(또는 용의자)들이 모두 탐정 모드가 되어 열띤 추리 대결을 펼친다는 발상 자체가 신선하고 재밌었다. 그리고 범인을 특정하기 위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그 추리의 퀄리티 역시 상당 수준으로 높아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클로즈드 서클, 다잉 메시지, 밀실 살인, 다중 추리 등 본격 미스터리의 핵심 요소가 총출동해서 더욱 만족스러웠고... 전작 <알리바이를 깨드립니다>(2018년)는 물론이고 이번 작품 <왓슨력>(2020년)을 통해 트릭을 기반으로 한 본격 미스터리에 대한 작가의 무한한 애정과 뛰어난 재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재미난 본격 추리물을 많이 발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