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아웃
심포 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크로스로드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예전에 눈 덮인 로키산에서 악당들에 맞서 홀로 싸우는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클리프행어>라는 산악 액션 영화가 있었다. 그리고 혼자 악당들에 맞선다는 점에서 부르스 윌리스 주연의 다이하드 시리즈도 있다. 그렇다. 이 책 <화이트아웃> 은 한마디로 '설산 위의 다이하드'이다. 댐을 점령한 테러 집단에 맞서 홀로 외롭게 싸우는 댐 운전원의 고독하고 처절한 사투를 그린...

일본 최대의 저수량을 자랑하는 댐이 무장한 테러 집단에 의해 점령된다. 유일한 통로인 터널은 폭발로 붕괴되고 현지 근무자들은 인질로 잡힌다. 테러리스트들은 댐 아랫마을 주민 20여만 명의 생명을 담보로 정부에 50억 엔의 거금을 요구한다. 하지만 철두철미한 그들의 계획에도 놓친 게 한 가지 있다. 바로 댐 운전원 도가시이다.

테러리스트의 손아귀에서 간신히 벗어난 도가시는 비록 맨몸이지만 그에게는 현지 지형에 익숙하고, 댐과 발전소의 각종 기계 설비에 능통한 이점이 있다. 도가시는 등반 도중 불의의 사고로 동료를 잃은 survivor's guilt (생환자의 죄책감)를 속죄하기 위해, 그리고 방문차 왔다 인질로 잡힌 동료의 약혼녀에게 그날의 진실을 전하기 위해 고독하고 외로운 투쟁의 길에 들어선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나도 모르게 주인공 도가시에 깊이 이입된다. 악당들이 그를 처치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하지만 그때마다 도가시는 뛰어난 임기응변과 강인한 정신력으로 위기를 헤쳐나간다. 특히 압권은 폭발로 인해 밀폐된 발전소에서 속옷 한 장 걸치고 방수로 물길을 이용해 극적으로 탈출하는 장면이다. 영상으로 재현했으면 보다 멋진 장면이 연출됐으리라. 또한 동료의 약혼녀를 구하기 위해 부상과 탈진에도 불구하고 라스트신에서 보여주는 집념 어린 초인적인 행동에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눈 내리는 고립된 설산... 댐을 점령한 테러리스트... 교섭하는 정부 당국... 그 틈을 파고들어 적진으로 침투해 인질로 잡혀있는 동료의 약혼녀를 구하려는 주인공 도가시. 설산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거대한 스케일과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하고 섬세한 묘사... 쫓고 쫓기는 테러리스트와 도가시의 손에 땀을 쥐는 팽팽한 긴장감... 거기에 감동을 담은 휴먼 드라마까지... 1995년도 작품이지만 지금 읽어도 그 재미와 감동은 여전하다. 역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빛나는 걸작 액션 스릴러이다. 눈 내리는 이 겨울에 읽어서인지 설산에서의 그 생동감 있는 액션 하나하나가 더욱 가슴에 와닿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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