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여백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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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가 학교 4층 교실 베란다에서 추락사한다. 이것은 자살인가 아니면 불의의 사고인가. 일견 자살로 보이는 이 어린 여학생의 죽음 이면에는 친구를 극한으로 내몬 타인의 악의가 도사린다. 8년 전, 병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보내고 유일한 희망인 딸까지 잃은 대학 조교수 안도는 식음을 전폐하며 실의에 빠진다. 여자 동료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던 안도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열어본 딸의 노트북 속 일기장에서 왕따의 흔적을 발견한다. 딸은 자살당한 것이다.

학교가 하나의 사회라면 반에서도 계층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모르겠지만, 일본 그것도 여자 학교에서는 '스쿨 카스트'라 부르는 신분과 계층이 존재한다. 이쁜 애, 공부 잘하는 애, 운동 잘하는 애, 부잣집 애 등 소위 잘나가는 애들은 상류층이고 그렇지 못한 애들은 하류층으로 분류된다. 그런 그룹 간의 교우 관계는 자라나는 청소년의 자아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상류층 그룹에 속한 아이들은 밀려나지 않도록 전전긍긍하고, 하류층에 속한 아이들은 신분 상승을 꿈꾼다.

갓 고등학교에 입학한 안도 가나에게는 연예인을 꿈꿀 정도로 미모가 빼어난 사키 그리고 부잣집 딸 마호가 절친이다. 특히 리더 격인 사키를 중심으로 그녀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렇게 오묘한 그룹 내의 삼각관계가 형성되고... 하지만 학기가 지나갈수록 사키의 독선적인 태도와 행동, 마호의 시기 어린 질투심 등에 의해 가나는 그들로부터 조금씩 따돌림을 당한다.

미팅에서 제외되거나, 핸드폰을 뺏기고, 심지어는 애지중지하는 어머니의 유품인 지갑도 강탈당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가나는 친구를 잃고 그룹에서 내쳐지는 왕따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에 떤다. 그런 심리적 압박감이 그녀의 일기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지만 그들의 눈밖에 벗어나지 않게 부단히도 애쓴 그녀의 "이제 지쳤다."라는 마지막 글귀...

딸의 자살 배경을 알게 된 안도는 오열한다. 그리고 다짐한다. 내가 이 둘을 죽여버리겠다고... 분위기를 살피러 다른 급우로 위장해 안도의 집을 방문한 사키는 안도와 함께 가나의 일기를 보고 분노에 찬 가나 아빠의 피의 맹세를 듣는 순간 경악한다. 그녀는 머릿속을 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안도와 사키 간의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된다. 후반부는 그야말로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의 연속이다. 그들에게 반성의 기회와 정의의 철퇴를 내리려는 안도, 교묘한 계략으로 반격의 술수를 계획하는 사키, 그런 사키의 지시에 허수아비처럼 동참하는 마호... 과연 어떤 결말로 치달을까...

<죄의 여백>은 오늘날 커다란 문제가 되는 학교 내의 왕따 또는 집단 따돌림 현상의 사회적 부작용과 폐해를 여실히 보여준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정서적으로 커다란 타격이요, 심한 경우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린다. 작가는 그러한 민감한 소재를 계층이 존재하는 학교를 배경으로 절친인 세 여자 급우 간의 힘의 균형에 의한 미묘한 심리와 신경전, 그리고 딸을 잃은 아빠의 통렬한 복수를 통해 절절하고 의미심장하게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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