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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0년 7월
평점 :
추리작가 다섯 명이 외딴섬에 세워진 천성관에 모인다. 그들을 초대한 복면 작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테이블에는 다섯 개의 진흙 인형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마치 그들의 닥쳐올 운명을 예고라도 하는 듯...타고 온 크루저는 연료 부족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아니나 다를까...주인도 없는 고립된 천성관에서 하나둘씩 죽어나간다. 그리고...살아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여기까지는 완전히 추리 명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판박이 전개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된다. 살해된 사람들이 부활한다. 이마에 대못이 박히고, 납을 뒤집어쓰고, 황산 테러에 몸이 타들어 가고 혀가 잘린 채로...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을 죽인 범인을 찾아 나선다.
작가가 창조한 독창적인 세계관을 무대로 그 규칙 속에서 공정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특수 설정 본격 미스터리이다. 부활한 추리작가들은 9년 전 불가사의한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한 여성의 지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표지 속의 아름다운 그녀이다. (책표지는 우아하지만 책 내용은 전혀 우아하지 않다. 거의 엽기 호러 수준이다.) 그들은 합심하고 때론 서로를 의심하면서 살해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 사건을 짜 맞추고 시간대별로 재구성한다. 이 와중에 범인이 살아있는 가짜 사체 트릭설, 범인의 타살을 위장한 자살설 등 다양한 가설이 오간다.
여기까지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분석도 명확하고 추리도 논리적이다. 하지만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는 결말 부분은 너무 복잡하고 정신없다. 범인의 정체는 둘째 치고 그가 행한 일련의 슈퍼컴퓨터 같은 초정밀한 행동들, 물리적 트릭이 들어간 복잡 미묘한 살해 공작은 기가 질릴 정도이다. 범행 동기 역시 너무 어이없고...조금 더 단순하고 깔끔했으면 본격 추리물로서의 쾌감을 만끽했을텐데 너무 꼬아놓아서 재미가 반감된다. 아무튼 피살자가 되살아나 범인을 추적하는 발상과 시도는 박수받을만하다. 잔인하고 비위 거슬리는 엽기적인 장면들은 충격적인 마무리로 나름 괜찮은 선택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