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수록된 작품들 다수는 밀실 미스터리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대단한 작품들이다. <빅 보우 미스터리>, <13호 독방의 문제>, <노란 방의 비밀>, <밀실의 수행자>,<세 개의 관>,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 <킹은 죽었다>, <혼진 살인 사건>, <문신 살인사건>, <모든 것이 F가 된다> 등등...그래서 나 같이 밀실을 신봉하는 정통(본격) 추리 마니아에겐 더없이 좋은 밀실 미스터리 지침서이다.
참고로, 수록된 작품들 중 <녹색 문은 위험>은 <노리즈키 린타로의 모험>에 수록된 단편이고, 고가 사부로의 <거미>는 단편집 <혈액형 살인 사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천외소실 사건>은 오리하라 이치의 데뷔작 <일곱 개의 관>에 들어있는 단편이다.
41편의 작품 해설을 천천히 읽어나가다 보면 서양에서 밀실 트릭이 최초로 생겨나고, 딕슨 카, 엘러리 퀸, 애거서 크리스티 등으로 대표되는 1920~30년대 황금기를 거친 서양 추리물의 영향이 패망 후 일본의 본격 추리소설로 자연스레 이어지는 흐름을 알 수 있다. 밀실 미스터리라는 매혹적인 매개체를 통해 동서양의 기라성같은 작가와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순간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백미는 아리스 작가의 감칠맛 나는 작품 해설이다. 특히, 수록된 작품의 해당 작가에 대한 솔직, 담백한 소개 (경력과 대표작, 작풍 등) 부분이 밀실 트릭 이상으로 읽는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미 읽은 작품들은 기억을 반추하면서 읽고 미독인 책들은 기본 줄거리와 어떻게 밀실이 형성됐는지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된다. 수록된 41편 중에 내가 읽은 작품은 겨우 14편이다. 아직도 읽어야 할 유명한 밀실 작품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니 그저 뿌듯한 느낌...국내 출간된 책이라면 부지런히 찾아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