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말이면 산에 간다. 등산 입문한지 7년쯤 된 것 같다. 평상시는 가까운 청계산, 관악산을 주로 가고, 가끔가다 멋진 경치 보러 북한산을 찾기도 한다. 물론 더 가끔가다 버스에 몸을 싣고 원정 산행을 떠나기도 한다. 여름에는 당연히 물이 있는 시원한 계곡 트레킹이 1순위이다. 내 주변을 보면 히말라야 같은 해외 원정 트레킹을 다녀오는 무리들도 있는데 나는 아직 돈, 시간, 열정을 투자해서 다녀올, 그 정도 수준의 마니아는 못된다. 등반 기술과 체력, 장비도 부족하다. 그래도 산악 관련 저서나 다큐멘터리 등을 볼 때면 해외 명산을 체험하고픈 로망에 사로잡히곤 한다.
프리랜서 사진작가 후카마치는 에베레스트 원정대에 카메라맨으로 동참한다. 하지만 등반도중 동료 두 명을 잃는 등 처절한 실패를 맛본 후카마치는 사진집 후속 작업차 동료들과 헤어져 홀로 네팔 카트만두에 남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방문한 등산용품점에서 낡고 오래된 카메라 한 대를 발견한다. 카메라에 선명히 새겨져 있는 제조사와 기종. 'BEST POCKET AUTOGRAPHIC KODAK SPECIAL' 순간 후카마치는 흥분한다. 멜러리가 사용한 것과 같은 기종이다. 아니, 이게 만약 멜러리가 사용한 카메라라면...
1924년 영국 원정대 소속 등반가 조지 멜러리는 동료 앤드루 어빈과 함께 에베레스트 정상 (8,848미터)에서 조금 못 미친 고도 8,600미터의 세컨드 스텝 지점에서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두 명 모두 실종 상태. 만약 그들이 정상 정복 후 하산 때 사고가 난 것이라면 당연히 이 카메라의 필름에는 정상 정복의 사진이 남아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그들이 정상에 올랐다면...1953년 힐러리에 의해 최초로 정복됐던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등반의 역사가 한순간에 바뀐다. 후카마치는 묘한 전율에 휩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