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이사이드 클럽 스토리콜렉터 83
레이철 헹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수이사이드 클럽>은 근미래의 뉴욕을 배경으로 인위적 수명 연장으로 인한 인간의 삶의 질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그린 소설이다. 의료와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구 감소를 억제하고 인간의 수명을 무한대로 늘리려는 사회. 그래서 태어날 때부터 우량 유전자를 선별하여 라이퍼와 비라이퍼의 삶으로 구분 짓는 사회. 라이퍼는 식이요법 포함 일거수일투족이 정부의 철저한 관리와 통제하에 놓이고. 당연히 그에 반발한 라이퍼들의 비밀 모임 <수이사이드 클럽>이 안 생길 수가 없다. 그들은 비밀리에 회동을 가지며 금지된 음식을 먹고 금지된 음악을 들으며 최종적으로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퍼포먼스로 정부 정책에 반기를 표출한다.

좋은 아파트에 살며 멋진 남자친구를 둔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자 우량 라이퍼인 레아는 어느 날 우연히 오래전 헤어진 아버지를 발견한다. 이 우연한 만남이 <수이사이드 클럽>의 실체와 연결되고 그녀의 삶에 변화를 가져온다. 워커버리 모임에 참석하는 등 정부 조직의 감시 대상자에 오른 그녀는 영원불멸의 삶이 보장되는 '제3의 물결' 시대를 앞두고 자신의 미래를 선택해야 하는 운명의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솔직히 말하건대, 간신히 힘들게 읽었다. 내가 기대한 소설, 내가 예측한 전개가 아니다. 정부 조직과 수이사이드 클럽 간의 한 판 대결, 그 가운데서 진로와 미래로 인해 선택을 강요당하며 갈등하는 여주인공 레아, 정부의 무차별적인 압박과 그녀의 처절한 반격, 뭐 이런 화끈한 스릴러물을 예상했는데...ㅎㅎ 일단, 이 책은 오락 소설이 아니다. 출판사 소개에서는 SF 서스펜스물이라 선전하지만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서스펜스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스릴러의 색채는 거의 없다. 오히려 순문학에 가깝다. 그만큼 전체적인 정서나 기조는 그녀의 과거와 현재의 삶을 반추하거나 주변 인물과의 역학적인 관계를 훑으면서 차분하고 담담하게 흘러간다.

이 책은 다가올 인구 감소의 미래 사회에서 인간의 삶의 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부의 관리, 통제하에 심장 포함 모든 장기가 인공 대체가 가능하고 철저한 식이요법으로 결코 죽거나 시들지 않는 영원불멸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 과연 그런 사회에서 라이퍼로서의 삶이 축복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인간이면 누구나 태어나고 죽을 권리를 갖는다. 그 누구도 한 인간의 삶과 죽음을 인위적으로 통제, 간섭할 수 없다. 이 책은 그러한 철학적이고 심오한 문제를 여주인공의 심경 변화를 통한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으로 진지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일까...동반자 안야와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자유와 희망을 찾아 떠나는 마지막 여정은 파란 가을 하늘처럼 청량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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