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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면
오사키 고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크로스로드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시체가 사라졌다 나타났다! 이웃집 독거 노인의 심장발작 돌연사...평소 친분이 두터운 주인공이 노인의 집을 우연히 방문했다가 발견하지만, 다시 찾아갔을 때 시신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또다시 방문했을 때 시신은 어느새 제자리에...이 무슨 기묘한 조화인가? 홀로 사는 소심한 50대 남자 주인공은 머리가 총명한 이웃집 꽃미남 고등학생과 콤비를 이루어 이 수상한 미스터리에 도전한다.
이웃집에서 벌어진 기묘한 사건을 이웃집 탐정들이 해결하는 코지 미스터리이다. 처음에는 시체가 등장했다 사라지고 해서 다소 진지한 본격물로 흐르는게 아닌가 생각도 했지만 그건 아니고... 이 작품의 주무대는 맨션 즉 아파트라는 공동 공간이고, 주요 등장인물은 당연히 이웃들이다.
돌연사한 노인의 시체 이동 미스터리와 연관해서 다양한 수수께끼가 파생된다. 차 한 잔을 나눈 마지막 방문자의 정체, 주인공이 시신을 발견하고도 신고를 미룬 이유, 시신을 최초로 발견한 자와 그 시신을 옮기게 된 경위 그리고 맨션 젊은 엄마들을 통해 들려오는 평소 자상했던 고인에 대한 수상쩍은 소문들...
주인공이 발로 뛰며 정보를 수집해 오면 홈즈역의 총명한 고등학생은 뛰어난 추리로 사태를 분석한다. 그렇게 밝혀지는 사건의 전모를 종합해 보면...돌연사한 노인의 시신과 대면한 이는 여러 명이다. 그런데 그 누구도 신고를 안했다. 물론 각자의 입장과 처지가 있겠지만 자신만의 안위를 생각해 몸사리는 현대인의 극단의 이기주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고인이 연루되었을지도 모를 인근 초등학교 여자 아이의 행방불명 사건이 두 콤비의 전방위적 활약으로 무사히 해결되고 덩달아 고인의 명예도 회복되었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이 작품을 통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함은 이웃의 소중함 아닐까? 백수의 처지로 미래를 고민하는 주인공이나 학교에서 밀고자로 오인받아 왕따 신세로 전락한 고등학생이 유일하게 삶의 위로를 받는 곳이 이웃이요, 그들간의 따스한 정이다. 일상에서 벌어진 소동을 경쾌한 추리와 가벼운 몸놀림으로 그려낸 이 작품에서 따스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건 그러한 이유에서 일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