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은 일요일
슈노 마사유키 지음, 박춘상 옮김 / 스핑크스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2020년 첫 구매작인 <거울 속은 일요일>은 데뷔작 <가위남>에 이어서 국내 두 번째 소개되는 슈노 마사유키 작가의 본격 추리소설이다. 14년 전 소라고둥같이 생긴 '범패장'이란 건물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 당시 명탐정의 활약으로 해결되었지만, 14년 후 추리에 의문을 품은 또 다른 명탐정에 의해 재조사된다. 과연 사건의 진상은 무엇이며 누구의 추리가 승리할까.

이 책은 '철저히 독자를 속이는 소설'이다. 놀라운 데뷔작 <가위남>에서 보여주었던 작가의 주특기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나 할까...어때? 놀랬지? 이래도 안 속을래? 하며 독자를 속이고 놀래키는 이중삼중의 다양한 트릭이 등장한다. 사건의 진상과 진범의 정체를 밝히는 본격 미스터리의 재미는 오히려 덤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치매 환자의 1인칭 시점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중간중간 14년 전 사건의 회상씬을 뜬금없이 집어넣어 헷갈리게 하고, 14년 전 살인사건 현장과 14년 후의 재조사 과정을 반복 교차 서술함으로써 독자가 쉽게 진실에 접근하는 것을 교묘히 방해한다. 거기에 살인의 동기가 되는 등장인물 간의 인간관계가 몇 마디 간단한 문장으로 함축적으로 서술되어 그들 간의 대사나 동작 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괜히 띠지에 "단 한 글자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라는 출판사의 친절한 문구가 쓰여있는 게 아니다.

굳이 단점을 찾으라면, 14년 전 사건 발생 현장과 14년 후 재조사 과정을 짧은 분량으로 반복, 교차 서술하는 바람에 사건에 집중하는 추리적 긴장감과 리듬이 계속해서 끊긴다. 또한 많은 부분이 축약되어있어 추리에 공평하게 동참하기가 쉽지 않다. 어쨌든 마지막 장에서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은 제법 놀랍다. 기묘한 형태의 범패장의 구조가 갖는 숨은 의미, 14년 전 사건의 진실과  범인의 정체, 명탐정이 마지막 사건이라 외치며 은퇴하게 되는 결정적 이유와 흥미로운 뒷이야기 거기에 독자의 허를 찌르는 놀라운 반전까지...

한마디로 독자를 속이고 놀래키는 면에서 완벽히 성공한 작품이다. 그만큼 독자를 현혹시키는 서술 테크닉이 뛰어나다. 덕분에(?) 사건의 흐름과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책을 앞뒤로 돌려가며 정말 여러번 반복해서 읽었다. 그 시간이 즐거우면 되는 것 아닌가. 그 점에서 대단히 만족한다.

아 참, 이 책은 표제작인 장편 <거울 속은 일요일>과 중편 <밀/실>, 이렇게 두 편이 수록되어 있다. 나는 지금 장편 <거울 속은 일요일>만 읽고 서둘러 리뷰를 쓴 것이다. 잠시 호흡을 고르고 중편 <밀/실>을 느긋하게 감상해봐야겠다. 여기서는 또 어떤 작가의 화려한 기교가 등장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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