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
마스다 타다노리 지음, 김은모 옮김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매그놀리아 거리, 흐림』 

첫 번째 악몽은 악의가 깃든 경솔한 행동 하나가 엄청난 재앙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이다. 다분한 취기에 군중 심리까지 더해져 자살 시도자를 만류는커녕 오히려 부추겨 사망케 한 한 남자에게 커다란 위기가 닥친다. 뛰어내리려는 자와 무조건 막아야 하는 자의 숨막히는 기싸움...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는 흡입력있는 스토리 그리고 강렬한 여운까지...제35회 소설추리 신인상 수상작답게 재미와 완성도가 뛰어나다.

『밤에 깨어나』

두 번째 악몽은 힘없고 불쌍한 알바생에게 찾아온다. 여성들만 노리는 묻지 마 상해 사건의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백수 알바생이란 변변찮은 신분 때문에 여성 속옷 도둑으로 오인받고, 이웃의 의혹의 눈초리를 받으며 급기야는 자경단의 24시간 철통 감시속에 놓이는 처량한 신세가 된다. 욱하는 마음에 여성에게 달려들고, 자경단을 골탕 먹이기 위해 쇼까지 벌이며 만신창이가 되지만...병실의 알바생에게 돌아오는 것은 청천벽력같은 진범의 아련한 고백이다.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악몽이었으면...

『복수의 꽃은 시들지 않는다』

세 번째 악몽은 25년 전 학창 시절, 세 친구가 범죄를 모의하면서 왕따 급우를 범인으로 몰아 자살케한 사건으로 시작된다. 조카를 잃은 외삼촌은 핏빛 복수를 맹세하고, 세 동창이 절대 지켜야 할 것(가족)이 생겼을 때 드디어 복수의 마수를 뻗는다. 외삼촌의 의도대로 결국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위해 동창들은 서로에게 칼을 들이미는데...

『계단실의 여왕』

맨션 7층과 8층 사이 층계참에 여자가 쓰러져 있다. 12층에 사는 여성이 엘리베이터 앞의 마주치기 싫은 이웃 할머니를 피해 계단을 이용해 내려오다 발견하지만 이내 머뭇거린다. 같은 층에 사는 여자로 서로 사이가 안 좋다. 신고하자니 귀찮고, 도움을 요청하자니 번거롭고, 그냥 지나치자니 찝찝하다. 그러다 맨션 입구에서 쓰러진 여자의 스토커를 만나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극단의 이기주의가 낳은 블랙 코미디같은 추리 서스펜스물.

간결한 문체와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거기에 달달한 교훈까지...정말 몰입해서 재밌게 읽었다. 페이지가 줄어드는게 아까울 정도로 짧은 단편 네 편만 실린게 너무 아쉽다. 평화로운 일상을 뒤흔드는 네 가지 악몽같은 사건들...비록 타인에 의해 발생되지만 그 시발점은 과거 자신의 사소하고 경솔한 행동에서 기인한다. 무심코 또는 장난으로 행한 행동 하나가 그런 어마어마한 비극을 초래하다니...그야말로 자업자득, 인과응보이다. 세상 착하게 살고 볼 일이다. 오늘부터라도 나 자신의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깊은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고 돌아봐야겠다. 그나저나 마스다 타다노리라는 작가, 글을 군더더기없이 핵심만 끄집어내서 재미나게 잘 쓴다. 데뷔작이 이 정도이니 다른 작품들도 어서 만나봤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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