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코드
설혜원 지음 / 지금이책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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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이다. 마치 영미권 기업 스릴러 제목 같은 이 책은 설혜원 작가의 데뷔작으로, 일곱 개의 단편이 실린 미스터리 작품집이다. 책을 다 읽어보니 크게 두 가지 특성이 눈에 띈다. 그런데 그게 그리 긍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첫째, 이 책의 1,3,5,7번째 단편은 어느 정도 대중적이지만 2,4,6번 단편들은 결코 대중적이지 않다. 문장도 어렵고 내용도 어렵다. 소재와 흐름이 추상적, 관념적으로 흘러서 내용 파악에 애를 먹는다. 거기에 미스터리적 효과도 별로 없다. 읽는내내 집중하기가 힘들었고 그래서인지 재미를 찾기도 어려웠다. 반면에, 표제작 <클린 코드>부터 <독서실 이용자 준수사항>, <자동판매기 창고>, <월광> 이 네 편은 문장도 쉽고 내용도 재밌어서 만족스럽게 읽었다. 특히 <자동판매기 창고>와 <월광>은 제법 본격 추리와 스릴러의 재미까지 더해져 '베스트 투'로 꼽고 싶다.

둘째,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를 표방한다고 하지만 일부 단편에서만 그렇게 보였을 뿐 전체적으로 미스터리의 색채가 약하다. 추천인의 말대로 장르소설보다는 본격소설의 특성이 더 강하다. 즉, 미스터리 기조에 문장력을 입힌게 아니라 화려한 문장미학을 베이스로 한 본격 소설에 미스터리를 약간 가미한 느낌이다.

작가의 이력을 보니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비평이론에도 능한 문학박사 출신의 재원이다. 그래서일까? 대중 소설을 쓰기에 너무 오랜 세월 정통 문학에 매진해 온게 아닐까? 책을 읽는내내 성악을 전공한 사람이 대중 가요를 부른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중 가요는 대중 가수가 대중 가요 창법으로 불러야 제맛인데 성악 전공자가 클래식한 창법으로 부르면 그 맛은 떨어진다. 이 책이 바로 그런 느낌이다. 일본 인기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내용도 재밌지만 일단 문장이 술술 읽힌다. 지극히 대중 친화적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좀 더 대중적인 친숙한 문체와 부담없이 편안한 내용으로 독자와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거기에 미스터리적 재미를 왕창 첨부시키면 더욱 좋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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