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속 남자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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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지금 리뷰를 쓰면서도 어안이 벙벙하다. 내가 과연 뭐를 읽은 거지? 마지막 장의 반전과 충격으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럼 앞의 이야기는? 여태까지의 줄거리는? 바로 첫 장으로 돌아와 박사와 사만타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도 도통 그 진위와 실체를 모르겠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혼동의 세계에 빠져 있는 내가 정말 <미로 속 남자>가 된 기분이다.

개인적으로 이탈리아 범죄학자 출신 소설가인 도나토 카리시의 작품은 네 번째이다. 타인의 잠재된 악의를 부추켜 살인을 선동하는 천재적 살인마가 등장하는 <속삭이는 자>, 과거에 실종된 사람들이 돌아와 연속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이름없는 자>, 폐쇄된 알프스 산악마을을 배경으로 실종된 소녀의 행방을 추적하는 <안개 속 소녀> 그리고 이 작품 <미로 속 남자>이다. 옮긴이의 말을 빌리면 이 책이 속삭이는 자의 세 번째 시리즈라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외전격으로 보는게 맞는 것 같다.

15년 전, 열세 살의 나이로 실종되었던 소녀가 살아 돌아오자 처음 사건을 수임했던 사립 탐정이 그녀를 납치, 감금한 범죄자 일명 '버니'를 추적하는 얘기이다. 그녀가 박사에게 들려주는 미로 속 이야기부터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립 탐정이 아픈 몸을 이끌고 악전고투하며 사소한 단서로부터 조금씩 범인의 실체에 접근해 가는 일련의 수사 과정이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그렇게 범죄자 버니의 체포로 일단락될 것 같은 이야기가 마지막 장에서 혼을 빼놓을 정도의 대반전이 일어난다. 마지막 장과 첫 장을 다시 읽어도 그 유기적인 연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머릿속 세상인지 그리고 게임과 실체의 경계가 어디인지...누구라도 붙잡고 이 책의 정확한 스포일러에 대해 묻고픈 심정이다. 어쨌든 독자를 놀래키는 재주가 있는 작가다. 마침 올해 10월경 작가가 직접 메가폰을 잡아 영화로 개봉한다고 하니 나중에 기회되면 제대로 확인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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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19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