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데이즈
라파엘 몬테스 지음, 최필원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취향 저격의 재미난 작품을 만났다. 이런 감미롭고 짜릿한 로맨틱 스릴러를 읽은게 얼마만인지...여성 작가가 쓴 도메스틱 스릴러나 연쇄살인범을 좇는 형사 이야기에 조금은 신물이 나던 참에 참신한 소재의 작품을 접하니 즐겁다. 변호사로도 활동하는 브라질 작가가 쓴 <퍼펙트 데이즈>는 한 여자를 사랑하고 독점하려는 한 남자의 광기와 집착을 그린 로맨틱 사이코 스릴러이다. 

22살 순진한 학구파 의대생 테우는 파티장에서 우연히 만난 자그마한 체구의 두 살 연상녀 클라리시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녀 몰래 번호를 따고 일상을 미행하고...하지만 그의 계략을 간파한 클라리시는 단순 스토킹으로 치부하며 그와의 교제를 거절한다. "당신은 순진한 학구파 청년이고, 난 열정적이고 자유분방한 여자야. 당신은 내가 감당이 안 되고, 난 당신을 견딜 수 없어." 거절도 모자라 "정 여자가 궁하면 매춘부라도 만나."라는 말에 모멸감을 느낀 테우는 그녀를 기절시키고는 여행 트렁크에 넣어 집으로 납치한다. 하지만 그녀가 깨서 경찰에라도 신고하면 범죄자로 몰리는 테우는 궁리 끝에 그녀가 계획했던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납치한 여성을 조수석에 태우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남자...그리고 약에 취해 잠든 여자...속박하려는 자와 벗어나려는 자...처음에는 남자가 물리적으로 여자의 신체적 자유를 구속하며 주도권을 쥐지만 그런다고 호락호락 물러설 그녀가 아니다. 곧 반격이 시작되고, 이어지는 재반격...나름 낭만적인 여정이 서로에 대한 불신과 억압에 의해 변질되며 피가 튀는 극한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다.

때론 사랑의 밀어를 나누다가도 폭력이 오가고, 급기야는 살인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로맨틱한 납치극은 범죄의 도피 행각으로 바뀐다. 시시각각 조여오는 경찰의 수사와 주변인들의 의혹 어린 시선을 견뎌내며 사랑을 관철시키려는 테우, 그런 테우에게 마음을 열다가도 기회만 되면 달아나려는 클라리시...두 남녀의 엇갈리는 운명은 어떻게 될까...

마치 동반자살 정도의 비극적인 엔딩으로 끝날 것 같은 이야기는 예상 밖의 결말로 마무리된다. 그런 기막힌 묘수가 있다니...나름 신선하고 의미있는 착상이다. 어찌 보면 테우가 최고의 수혜자가 아닐까. 그에게는 이 모든 일이 <퍼펙트 데이즈>일 것이다. 클라리시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개인적으로, 요근래 읽은 스릴러물중 제일 재밌었다. 그들이 전쟁 같은 사랑을 치렀던 오두막과 모텔, 그리고 에메랄드빛 해변이 손에 잡힐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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