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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고바야시 히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6월
평점 :
정말 신비롭고 기묘한 이야기다. 이런 흡입력있는 소설을 최근에 읽은 적이 있던가? 한 편의 기구하고도 애처로운 잔혹 동화를 감상한 느낌...220쪽의 짧은 분량은 차치하고라도 Q가 들려주는 신비롭고 동화같은 이야기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23살 무명작가가 이런 심오하고 독창적인 미스터리 작품을 쓰다니 그 재능이 예사롭지 않다.
시 외곽 폐허의 연립주택에서 한 남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근데 심장이 칼에 찔려 죽은 시체의 상태가 기묘하다. 그 어떤 저항의 흔적이나 괴로움의 표현없이 옷매무새는 단정하고 얼굴에는 평온함마저 감돈다. 마치 죽어서 행복하다는...그리고 그 옆에 놓인 피 묻은 노트 한 권. 경감 K와 감식과장 G가 펼쳐든 노트에는 범인과 피해자로 보이는 두 사람이 문답 형식으로 대화한 <Q&A>가 적혀 있다. 그리고 Q의 놀라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모를 여읜 아이와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의 사회적 시선과 차별은 천지차이다. 부모에게 버림받아 성당에서 고아로 힘겹게 살아가는 Q에게 세상은 잔혹하고 부조리하다. 애정 결핍인 그에게 남은 것은 증오뿐...그런 그가 신부님의 학대로부터 벗어나 독지가의 양자로 들어가고, 난생 처음 간 학교에서 &(앤드)라는 친구를 운명적으로 만난다. 일그러진 자화상을 그리는 &의 그림에 매료되고, 삶과 죽음에 관한 그의 철학에 서서히 동화되면서 &의 최후의 고백과 행동으로부터 Q는 자신의 기구한 운명의 실체와 맞닥뜨린다.
책을 다 읽으니 묘한 감상에 젖는다. 고아들의 기구한 삶을 배경으로 한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랄까...분량은 짧지만 여운은 길다. 마지막 밝혀지는 Q와 &의 엇갈린 운명은 한 편의 비극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그 결과물로 A가 파생되는 과정 역시...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사랑에 목마른 고아들에게 세상은 결코 아름다울 수 없는 존재이고, 죽음이야말로 안녕을 향하는 최후의 안식처라는 &의 대사는 슬프다.
마지막 장에서 노트를 다 읽은 경감 K가 보여주는 의연한 행동을 보며 말도 안되는 망상을 해본다. 만약 노트에 적혀있던 이 모든 것이 (글씨체는 다르지만) 천재 범죄자 A가 완전 범죄를 달성하기 위해 혼자서 완벽히 지어낸 가공의 얘기라면...그러면....으...생각만해도 소름끼친다. 내가 추리소설을 너무 많이 봤나?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