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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까만 단발머리
리아킴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내가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책의 저자를 TV에서 얼핏 본 호기심 때문이다. 바로 KBS <대화의 희열 2>라는 토크 프로그램에서 게스트로 나온 것. 나는 그녀가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 조수미 성악가, 백종원 대표 등 자기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쟁쟁한 분들이 초대 손님으로 나온 프로에서 게스트로 나왔으니 내 주목을 끌었다. 거기에 락킹, 팝핀 같은 역동적인 스트리트 댄스를 추는 여자라니 그녀의 성공과 그들만의 세계가 궁금했다. 이 책은 그러한 댄서이자 안무가인 리아킴의 자전 에세이다.
그녀의 본명은 김혜랑, 예명 리아킴. 현재 36세로,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대표 안무가로서, 다수 걸그룹의 댄스 트레이너이자 안무가로 활동해왔으며 지금은 k팝 - 댄스를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그녀의 회사가 업로드하는 유튜브 댄스 동영상 채널은 전세계적으로 1,600만 명의 구독자 수에 조회수 34억 뷰의 시청률을 자랑한다. (그래서 구글로부터 다이아 버튼도 상품으로 받았다). 그 유튜브 동영상에 댓글을 다는 95%가 외국인이다. 이 정도면 전세계를 누비는 방탄소년단에 맘먹는 최고로 핫한 문화 홍보대사가 아닐까? 지금도 그녀가 근무하는 논현동 스튜디오에는 세계 각지에서 그녀에게 춤을 배우러 오는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에세이는 춤꾼 리아킴의 댄서로서의 성공과 좌절, 비애, 안무가로서의 변신과 성공, 춤에 대한 비전과 철학 등을 담고 있다. 학창 시절 찌질했던 왕따 시기부터 중3 때 마이클 잭슨을 tv로 보고 춤을 추겠다고 운명적으로 결심한 사연, 유명한 비보이팀으로부터 락킹(Locking, 힙합 댄스의 한 장르로 lock, bounce, comic 세 요소를 바탕으로 추는 펑키한 느낌의 춤) 과 팝핀(Poppin' 순간적인 힘을 줘서 근육을 튕기는 춤)을 전수받아 세계 대회를 휩쓸던 시절, 하지만 여전히 운영하던 지하 연습실의 월세를 걱정하던 궁핍했던 시절, 안무가로서 이름을 날리며 성공한 유튜버로서의 삶 등 그리 길지 않은 인생에서 춤에 웃고우는 파란만장한 인생이 펼쳐진다.
특히 내게 인상적인 것은 그녀가 겪은 수많은 좌절이다. 학창 시절 왕따에, 사회성 부족인 대인 관계 성격에,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2>에 나갔다가 "그냥 춤만 추세요."라는 비아냥을 듣고, 자신이 가르친 아이돌이 심사위원인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이러니에, 스물여섯 살 늦은 나이에 아이돌로 데뷔하고자 연습생을 시작해 실패한 일 등 정말 수많은 좌절을 겪었지만 '오로지 나는 춤을 춘다'라는 굳은 신념으로 버텨낸 그녀의 집념과 오기가 대단하다. 특히, 춤의 유행과 시대에 변화에 맞서 통 큰 바지에 헐렁한 박스티를 입고 근육을 튕기던 펑키리아에서 10kg를 감량하며 짧은 단발 머리에 레깅스, 크롭탑으로 변신하는 그녀의 용기가 멋지기만 하다.
그녀의 꿈은 사람들이 집 근처 맛집을 부담없이 찾아가듯이 누구나 한 시간도 좋고, 두 시간도 좋고 그저 편하게 들렀다 춤을 추고 가는 것이다. 그녀는 말한다. 춤은 어려운게 아니라고. 잘 추는 춤, 못 추는 춤은 없다. 단지 리듬에 맡겨, 음악에 도취해 자기 마음가는대로 팔다리를 움직이면 그뿐인 것. '함께 춤추는 사람이 백만 명쯤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의 회사명 '원밀리언'처럼 그녀는 오늘도 누구나 다 같이 춤으로 즐겁고 편하게 어울리는 그러한 세상을 꿈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