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3월
평점 :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 막 일본 미스터리에 입문했을 무렵... 딱히 작가와 내용에 관한 사전 정보나 지식 없이 단지 반전이 유명하다는 이유로 이 책을 읽었다. 도대체 반전이 어떻길래... 그리고 받은 충격이란... 반전에 얼이 빠져 부랴부랴 책을 앞으로 돌려 일일이 확인하던 내 모습이 생생하다. 내가 여태까지 뭘 읽은 거지? 하면서...
학창시절부터 퀸, 카, 도일, 크리스티 등 여러 서양 고전 추리소설을 읽으며 다양한 트릭을 접해왔지만 이런 유형의 트릭은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신세계를 맛보았다고나 할까... 정말 신선함을 넘어 충격 그 자체였다. 이것이 일본 추리소설만의 독창적인 매력이구나... 지금은 충분히 익숙해져 있지만 당시에는 처음 접해본 트릭인지라 그 충격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그때의 흥분된 기억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개정판을 음미한다. 반전의 내용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책을 읽으니 작가의 능수능란한 테크닉이 서서히 보인다. 독자를 현혹시키는 다양한 상황 설정과 의미심장한 대사들 그리고 이중적으로 해석이 가능케하는 곳곳에 심어놓은 수많은 복선과 암시들... 하지만 잠시라도 넋을 놓고 스토리에 빠져들다 보면 나도 모르게 처음 책을 접했던 그때 그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만큼 독자를 요리하는 작가의 필력과 기교가 뛰어나다. 선입견이란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그러한 인간의 맹점을 노려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웰메이드 추리소설로 멋지게 승화시킨 작가의 천재성이란... 다시 읽어도 감탄스럽다.
이 책은 반전으로 유명하지만 사회파 추리소설로도 손색이 없다. 또한 본격 추리의 재미도 있다. 독자 스스로 주인공 나루세가 되어 야쿠자 조직 간의 살인사건을 추리하고, 지인의 부탁으로 딸아이의 행방을 추적하고, 노인들에게 사기 치는 불법 판매회사의 참상을 파헤치는 주인공의 전방위적인 활약상에 몰입하다 보면 반전이고 뭐고 잊고 이야기 자체에 푹 빠져든다. 이것이야말로 작가가 통렬한 반전을 위해 독자를 미스디렉팅하는 회심의 트릭인 것도 모른 채...
가끔가다 대형 서점에 들러 일본 추리소설 섹션을 찾으면 이 책이 항상, 꾸준히 매대 중심부의 한 켠을 차지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라는 방증일 것이다. 이 책은 일본 미스터리 입문자에게는 필독서이다. 반드시 읽어야 한다. 그리고 읽을 예정이라면 최대한 빨리 읽기를 권한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반전에 대한 입소문이 빠른 책이라 조금만 방심하다간 스포를 당하기 십상이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수많은 일본 미스터리를 읽으면서 다양한 반전을 접해왔지만 이 책의 반전이 주는 임팩트에 버금가는 책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