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피시는 얼어붙지 않는다
이치카와 유토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늘을 천천히 나는 비행선... 마치 바닷속 해파리가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닮아 '젤리피시'라 부른다. '진공 기낭'을 발명해 최초로 소형화 및 대중화에 성공한 과학자 팀이 신형 젤리피시 시범 비행에 나선다. 하지만 자동 항행 시스템 고장으로 설산 중턱에 불시착하며 연락이 끊긴다.

며칠 후, 군과 경찰이 사고 현장에 도착해보니 탑승 선원 여섯 명 전원 사망한 상태. 근데 모두 타살체이다. 현장은 외부인의 접근이 거의 불가능한 강풍이 몰아치는 한겨울 설산의 중턱. 만약 범인이 존재한다면 그는 누구이고, 어떻게 범행 현장을 빠져나갔을까?

비행선이란 독특한 소재를 배경으로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걸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오마주한 본격 추리소설이다. 이야기는 크게 비행 중인 젤리피시내에서 벌어지는 선원 간의 갈등과 잔혹한 연쇄살인 과정 그리고 사고를 접한 마리아 경감과 렌 형사 콤비의 수사로 교차 서술된다. 상공에서는 한 사람씩 죽어나가는 그야말로 긴장감 넘치는 극한의 서스펜스요, 지상에서는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 범인을 잡으려는 두 형사 콤비의 집요한 수사와 날카로운 추리가 펼쳐진다.

책을 읽어보니 과연 주로 본격 추리물을 쓰는 신인 작가에게 주어지는 '아유카와 데쓰야상'을 수상할 만한다. 풍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상업화에 성공한 비행선 제작의 기술력 그 이면에 숨어있는 음모와 배신, 복수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기법을 차용해 추리소설로서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굳이 흠을 찾자면, 그러한 복잡, 정교한 범행 계획이 날씨는 기본이고 비행 스케줄, 탑승 선원들의 돌발 행동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너무나 많아 현실적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이고, 비행선 제작에 필요한 물리, 화학, 항공공학 등 다양한 전문 지식으로 인해 추리에 적극 동참하기에 조금은 애로가 있다는 정도.

어쨌든 신인 작가의 데뷔작치곤 꽤 잘 썼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멋지게 오마주한 기법이라든지 범인의 탈출 경로 같은 트릭은 인상적이다. 젤리피시가 한겨울에도 얼어붙지 않는 것처럼 꾸준히 양질의 신예 본격 추리작가를 생산해내는 일본 추리소설계가 부럽기만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